[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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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8.06.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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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회

산다는 것이 뭐길래 이토록 굴곡이 많고 험란한 인생을 살아왔단 말인가. 언젠가 나도 저런 불꽃 속에서 타 없어져 한 줌의 흙으로 사그라질 이 목숨 이 육신이 어찌도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더욱 큰 소리로 엉엉 울었습니다. 뼈속 깊이 사무치는 슬픔과 울분을 속시원하게 모두 다 깡그리 토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음껏 큰 소리로 엉엉 울었습니다.

스님은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고 대중들은 두 손을 합장한 채 불꽃에 타는 시신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나무아무타불관세음보살을 염원했습니다. 나도 그 대열에 끼어 목탁을 치며 가시는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습니다.

나는 울다가 잠시 얼굴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스님이 모훈이 오빠였기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얼굴이 닮은 사람도 있긴 하지만 모훈이 오빠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내가 당황스런 얼굴로 바라보자 그 스님도 나를 당황스런 얼굴로 한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모훈이 오빠가 스님이 되다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와 결혼을 할려고 했지만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잊지 못해 나처럼 스님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서로가 속세를 떠난 몸이기에 놀라서 바라만 볼뿐 나와 모훈이 오빠는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모훈이 오빠가 스님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모훈이 오빠가 세계프로복싱 주니어웰트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양어머니에게 내가 스스로 가출하여 스님이 되었다는 말을 듣자 모훈이 오빠는 양어머니에게 나를 찾아서 환속시킨 후 결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양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양녀로 키운 남매간이란 이유를 들어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양어머니로서는 나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모훈이 오빠는 나를 사랑하기에 나와 결혼할려고 양어머니를 며칠동안 설득하면서 내 호적을 나의 생부모에게로 옮기면 호적상 남남이 되니까 결혼 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양어머니는 그렇게 해서도 나와의 결혼은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양아버지도 모훈이 오빠의 말대로 그렇게 해서 나와 모훈이 오빠를 결혼시키자고 했지만 양어머니는 안된다고 하면서 두 분이 이 문제로 티각태각 하였지만 결국 양아버지는 양어머니의 말에 따르게 되었습니다.

양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훈이 오빠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강해서 절대로 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나와 결혼을 반대하면 모훈이 오빠도 나처럼 스님이 되겠다고 했지만 양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면 모훈이 오빠가 나에 대한 애정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모훈이 오빠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모훈이 오빠는 어느 날 슬그머니 가출하여 방황하면서 전국의 유명한 사찰마다 다니면서 나를 찾았지만 나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장원사에 가던날 나에게 전화를 했지만 나는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송광사에 간다고 했기에 그 사찰에 가는 줄 알고 송광사에 찾아갔지만 내가 거기에 없자 모훈이 오빠는 전라남도 순천 인근에 있는 모든 사찰을 찾아가 보았지만 나를 만나지 못하자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에 있는 유명한 사찰에만 찾아 헤매마다 결국 나를 만날 수 없게 되자 스님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었나 봅니다.

이는 모훈이 오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모훈이 오빠는 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잊지 못해 세계프로복싱 주니어웰트급 챔피언이란 화려한 영광을 버리고 스님이 되기로 결심하고 해인사에 가서 승가대학에 입교하여 나와 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스님이 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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