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실록소설] 일본이 탄생한 건국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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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실록소설] 일본이 탄생한 건국비화
  • 권우상
  • 승인 2018.08.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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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그 다음부터는 대장장이는 연불이 나와서 징 목판을 만질 때마다 몰래 주의깊게 곁눈으로 보았다. 그랬더니 언제나 그 짓을 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괫심하게 생각했으나 만일 왕자에게 나무라든지 빼앗든지 했다가는 도리어 좋지 못한 일이 있을까 해서 은근히 제지할 방법을 생각하였다.

연불(然弗)은 그런 줄도 모르고 또 나왔다. 대장장이는 얼른 서너 개를 만들어서 다 식지도 않는 것을 목판에다 담았다. 그런 다음에 일부러 연불(然弗)에게 징 훔칠 기회를 주느라고 일어서 뒷문으로 나가 오줌을 누는 척 했다. 그리고는 문틈으로 연불(然弗)의 거동을 살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목판에서 얼른 징 하나를 집어서 슬쩍 사타구니에 끼우고 일어섰다. 바로 그때 덜 식은 쇠라 어찌나 뜨거운지 그만 털썩 주저 앉아서 엉덩방아를 찧더니 아무말 없이 사라졌다. 대장장이는 속으로 사타구니가 뜨거울텐데 어째 저렇게 태연하지 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연불이 다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복숭아를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한 손에는 그만한 것을 또 하나 들고 있었다. 대장장이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왕자님! 그 복숭아 나 하나 주구려.”

“나 먹을 건데.”

“왕자님은 대궐에 많지요. 대궐에서 또 잡숫고 이쪽 손에 드신 건 내게 주구려.”

“그래.”

연불은 복숭아 하나를 대장장이에게 주었다. 대장장이는 숯검정이 묻은 손으로 얼른 받아서 볼 것도 없이 입에 넣고 깨물었다. 그러다가 펄쩍 뛰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에쿠 맙소사! 생똥 구린내! 퉤 퉤 퉤 퉤 ....원 이거 무슨 짓이람... 사람을 속여도 분수가 있지...”

연불은 그제야 말했다.

“니놈이 뜨거운 대갈로 나를 속이고 아가리에 똥이 안들어 갈성 싶으냐!”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 후에 나라에 갑자기 전쟁이 일어났다. 남쪽에 있는 대륙신라가 침입했다. 그래서 전국 대장간에 전령이 내렸는데 낫이나 꼭괭이 등을 만들던 모든 대장장이에게 칼과 창을 만들게 하고 말 편자에 대갈(말발굽에 박는 징)을 만들게 하였다. 대궐 안에 있는 대장장이에게도 열흘 안으로 말 징 열 섬을 봉납하라는 징봉령(徵奉令)이 내렸다.

대장장이는 사람 수십 명을 더 사서 밤낮으로 뚝딱거려 징을 만들었지만 열흘 안으로 열 섬은 커녕 다섯 섬도 만들기가 어려워 대장장이는 큰 걱정이었다. 그때 연불(然弗)은 신하를 시켜 광문을 열더니 넉 섬들이 큰 독에 가득찬 말 징을 꺼내어 대장간으로 보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었다. 나라에 전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대갈(징)을 하나씩 훔쳐 미리 집에다 갖다 놓은 것이었다.

이런 영특한 연불(然弗)이 바로 침류왕이었다. 침류왕은 부왕(근구수왕)이 죽자 왕위에 올랐다. 근구수왕이 병이 들어 눕게 되자 조정에서 밀려난 진씨세력은 근구수왕이 죽으면 침류왕을 제거하고 후비(后妃) 진희(眞喜) 소생의 왕자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은밀히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더구나 반란에 대비하기 위해 군권을 잡고 있는 위사자평과 병관좌평 등 신진세력을 뇌물로 매수하여 자신들의 세력에 끌어들였다.

침류왕은 등극한 후 왜지(倭地)의 나라백제(奈良百濟)에 가서 머물어 있다가 오곤 했다. 그래서 왜(倭)에서는 침류왕을 효덕천황(孝德天皇)이라고 하였고, 그의 왜명(倭名)은 천언웅장(千彦熊長)이었다. 침류왕은 나라백제에 머물면서 경부신(境部臣)을 대장군으로, 혜적신(憓積臣)을 부장군으로 삼아 5천의 병력으로 나라백제(奈良百濟)와 인접한 무장국(武藏國) 등 여러 개의 소왕국(小王國)을 단숨에 정복하여 나라백제에 편입시켰다.

그리고 환국하여 대륙백제에 머문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날, 진씨세력은 침류왕을 보필하고 있는 내시(內侍)들과 공모하여 수라상에 독약을 넣어 침류왕을 독살시켰다. 침류왕을 독살한 진씨세력은 근구수왕의 둘째 아들이며, 침류왕의 이복 아우인 후비(后妃) 진희(眞喜) 소생 왕자를 왕으로 추대했다. 이 분이 진사왕(辰斯王)이다. 그는 사람됨이 용맹하여 총명하고 지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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