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실록소설] 일본이 탄생한 건국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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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실록소설] 일본이 탄생한 건국비화
  • 권우상
  • 승인 2018.10.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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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회

서동이 엽전 꾸러미를 내주자 그제서야 바보 청년은 입이 벌어졌다. 마침내 선화공주는 서동과 단 둘이 먼 여행이 시작되었다. 선화공주는 생명의 은인인 서동의 모든 것을 믿었으며 길동무로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안 서동에게 인간다운 면모와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선화공주는 자기가 궁궐에서 쫓겨난 이유를 고백했다.

“글쎄요. 서동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어떤 총각하고 내가 정이 들었기 때문에 청혼하는 총각들을 상대도 하지 않는다는 소문과 그런 내용의 노래가 서라벌 장안에 쫙 퍼졌답니다. 나는 아직도 그 노래를 들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들려 드릴까요?”

“아이 망칙해라. 역시 아셨습니까?”

“공주님 같이 아름다운 분에 대한 노래이니 널리 퍼질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궁금하실테니 한번 들어 보십시오.”

선화공주도 서동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었고, 또 기이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이 남자에 대해서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서동은 능청맞게 자기가 지어서 퍼뜨린 문제의 노래를 불렀다.

신라에서 제일 예쁘고 아름다운
선화공주 아가씨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다하여
요리핑계 조리핑계 대면서
신라 남경 총각들
애간장을 녹이더니
알고 보니 낭군이 있더라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혼자 몰래 궁궐을 빠져나와
서룡 총각과 함께 닭이 울도록
서로 보듬어 안고 입맞추며
행복에 젖어 잔다고 하더라.

“아이 망칙해라. 그런 노래니까 나를 귀양까지 보내는 게 아닙니까. 내가 자유로운 평민이라면 서동이건 서룡이건 좋아하는 총각과 부부가 되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이제 당신도 신분을 말해 주십시오.”

“저는 공주님을 한 평생 모실 충복(忠僕)이 되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조상도 모르고 아버지 없이 처녀인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자 선화공주는 약간 놀란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이름은 서동이라고도 하고 서룡이라고도 합니다. 어머니가 용왕님 꿈을 꾸었다고 해서 용(龍)자를 따고 제가 감자 장사를 했기 때문에 서(薯)자를 따서 서룡(薯龍)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노래에 제 이름과 똑 같은 서룡이란 이름의 총각과 공주님이 좋아하셨다고 해서 어떤 사람이 저와 같은 이름으로 공주님의 사랑을 받는구나 하고 그 분을 부러워 했습니다.”

서동(薯童)은 엉뚱하게 딴청을 부렸다. 세상에서는 서동으로 불렀지만 어머니와 자기들만은 서룡을 본 이름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 노래에도 서룡이라고 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세상이 아는 서동의 이름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 서룡이란 분은 바로 당신이였군요. 세상에 그렇게 드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또 있더라도 어떻게 당신만 하겠습니까.”

선화공주는 낯을 붉히며 생긋 웃었다. 이런 서로의 대화와 고백으로 두 사람의 애정(愛情)은 무르익어서 귀양가는 섬의 목적지에 오기전에 이들의 사랑은 어느새 깊은 사랑으로 엮어진 부부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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