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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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0.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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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남자의 살결 냄새가 그리워지는 나이에 더구나 두번이나 결혼에 실패하고 세 번째 만나서는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따뜻한 남편의 사랑을 덤북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아 볼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만난 남편은 직업이 외항선 선장이라 함께 살지 못하고 혼자 독수공방 한다는 것이 따분하기만 했다. 세상의 모든 위로움이 나에게만 쏟아지는 것 같았다.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까르르 울렸다.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황선엽이다.

“오늘도 비둘기 통에 갇혀 있나?”

황선엽의 말에 나는 말했다.

“아니면 어딜 갈려구.”

“그럼 나하구 놀러나 가자.”

“헤어숖은 어쩌구?”

“오늘은 정기 휴무날이야.”

“그렇구나. 어디에 좋은 곳이라도 있냐?.”

“좋은 곳? 요즘 너도 좋은 곳이 그리운 모양이구나. 하기야 늘 비둘기통에 갇혀 자유롭게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지 못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럼 오는 거냐?”

“그래 갈게.”

“지금 오는 거지?.”

“응.”

“차 갖고 와.”

“네가 가져 오면 난 필요 없자나.”

“쳇. 요즘 휘발유값 비싼데 내덕 볼라구 그러는구나.”

“누가 덕을 보게 되는지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야.”

“뭐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그럼 기다려 갈게.”

휴대폰을 꺼고 나는 방에 들어가 장농을 열고 나들이 옷으로 갈아 입었다. 무릅까지 오는 베이지색 짧은 미니 스커트에 하늘색 긴소매 부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 밤색 쪼기를 걸쳐 입었다. 그리고 다이야몬드가 박힌 긴 귀고리를 귀에 꽂고 거울 앞에 서서 나의 옷입은 맵시를 앞 뒤로 요리조리 보고 또 보고 나서 결혼할 때 남편에게 선물로 받은 외제 악어 가죽 헨드백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잠시 후 엘리베이트가 올라와 나를 아래에 내려 놓았다. 나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를 끌어 내어 손수 헨들을 잡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왔다.

내가 도착한 곳은 아파트 인근에 있는 황선엽이 경영하는 미용실 ‘미스황 헤어숖’ 앞이었다. 황선엽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선엽이 차에 오르자 나는 차를 몰았다. 나는 택시기사처럼 말했다.

“어디로 모실가요?”

승객처럼 황선엽이 말했다.

“왕십리 롯데 일번가로 가세요.”

“호홋 이게 날 놀리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왕십리를 찾아. 여기가 서울인줄 아냐?”

“너 같이 경상도 시골에만 살던 촌닭은 서울에만 왕십리가 있는 줄 알지만 이 부산에도 왕십리가 있는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지. 저쪽에서 좌회전해서 줄곳 가.”

한참 도심의 거리를 질주하자 서부산 외곽 순환도로가 나왔다. 나는 승용차를 몰면서 말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왕십리 일번가라고 했자나.”

나는 입을 삐죽거렸다.

“피이.”

“그곳에 가서 사우나 하고 점심이나 먹자.”

“너 사우나 자주 가니?.”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은 가지.”

“혼자?”

“친구랑 가.”

“나 말고 또 친구가 있니?”

“단짝이 하나 있어 짜바리(경찰관) 와이프야. 이봉숙이라구.”

“이봉숙?”

“응. 나이도 우리 또래야. 소개 시켜줄게. 놀기 좋아하는 우먼파워지.”

잠시후 도착한 곳은 <왕십리 롯데일번가>라고 하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쇼핑시설 그리고 노래방, 유흥업소 등이 밀집해 있는 서부산 근교의 강서지역이었다. 부산 외곽의 한적한 곳에 이런 대규모 숙박시설과 유흥업소가 들어서 있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어쩌면 내가 세상 돌아가는 정보가 이렇게나 어두울 수 있을까 하는 자괴심마져 느껴졌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나는 황선엽과 엘리베이트를 타고 25층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이곳에는 한식 양식 등 음식점은 물론 댄스빠와 터키탕. 노래방도 있어 늘 돈으로 인생을 즐기는 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터키탕이란 이름이 불순한 이미지가 담겼다고 해서 요즘은 증기탕이라고 하지만 터키탕이든 증기탕이든 머니파워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이름 따위가 문제될 게 없었다.

내용을 말하자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돈 많은 사람이 머니파워로 편안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중에 하나가 바로 터키탕이다. 체온에 맞는 따끈한 물에 목욕을 하고 안락한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두 다리를 쭉 펴고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40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런 곳에 와 보지 않았던 나는 이런 곳에 자주 들락거려 제법 숙달된 조교처럼 보이는 황선엽을 따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황선엽과 함께 옷을 벗고 알몸이 된 나는 대형 거울에 반사된 나의 매끈한 전신 나체를 바라보며 이런 아름다운 몸매로 태어난 내가 어찌하여 세 번이나 재혼을 거듭 반복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속담에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처럼 얼굴이 예쁜 여자는 팔자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세 번째 결혼에도 남편과 생이별하여 독수공방 한다는 것이 조금은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가벗은 알몸으로 있기가 왠지 수줍은 듯 나는 타올로 앞을 가리며 황선엽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섰다. 대 여섯평 남짓한 욕실 구석에는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욕조가 금빛을 품어내는 고급스런 외제 타일로 치장되어 있었다. 황선엽은 이런 분위기에 매우 익숙한 듯 대형 수도꼭지를 두 손으로 비틀어 욕조에 물을 가두었다. 물은 쏴 소리를 내며 삽시간에 욕조에 가득 찼다. 온수와 냉수를 적당히 혼합한 후 황선엽은 목덜미까지 몸을 물속에 깊이 담구자 나도 황선엽이 하는 대로 몸을 물속에 깊이 담구었다.

“여기에 온 기분이 어떠냐?”

황선엽의 말에 나는 얼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이마위로 걷어 올리며 말했다.

“난 이런 목욕탕엔 처음인데 여기가 터키탕이냐?”

“터키탕이란 게 뭐 별다른 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즐기는 탕이라고 생각하면 돼. 남녀가 목욕을 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물론 목욕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때만 밀려고 비싼 돈을 내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 그 해답은 간단하게 나와... 요즘 때 미는 사람이 없긴 하지만 호홋..”

그제야 나는 문득 불순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 들어 온 곳은 아닐까’

남편이 있는 여자가 이런 곳에 와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마음이 불쾌해 지고 불안했다.

“그렇다고 달리 나쁘게 생각하지마. 여자는 누구나 남자를 상대하는 앞에서는 동물적인 야성으로 돌아가는 거야. 방에서 부부가 섹스를 즐기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고 이런 욕실에서 섹스를 하는 것은 음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선이야....솔직히 말해 난 그런 위선이 싫어.. 넌 어떤지 모르지만..”

황선엽은 욕조에서 나와 샤워기 앞에 서서 몸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비누칠이야?”

“몸에 묻은 먼지만 털면 되지 이런데서 때를 밀면 촌스러워...”

십분도 채 되지 않아 황선엽은 비누칠을 한 몸을 샤워 꼭지로 휑구고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개별 행동이야. 군대로 말하면 각개전투지. 사우나 끝내고 레스토랑에서 만나..거기에 혹시 골던 타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개별 행동이라니?“..... ‘각개전투는 또 뭐냐?’

“이제부터 진짜 사우나야...사우나는 혼자 하는 거야. 필요하면 도우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거야...그럼 이따 만나자.”

황선엽은 욕실 안 화재 피난구처럼 생긴 작은 샛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촌닭처럼 어리둥절해졌다. 도우미라니 내가 지금 이상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나는 조금전에 황선엽이 한 것처럼 몸에 비누칠을 하고 나서 샤워 꼭지로 몸을 휑구고는 조금전 황선엽이 나간 그 샛문을 열고 나갔다.

샛문을 열자 긴 복도가 나타났다. 욕실인지 방인지 고만 고만한 공간이 따로 따로 칸칸이 줄지어 있는 복도에 나서자 젊은 여자가 8호라는 아크릴 팻말이 붙은 도어를 열어 나를 그 공간으로 안내했다. 젊은 여자는 도우미였다. 때도 밀어주고 안마도 해주고 맛사지도 해주는 그런 여자이다.

작은 공간에는 욕조와 두 사람이 편하게 몸을 눕힐 수 있는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잠시 욕조에 들어 갔다가 침대위에 두 다리를 쭉 펴고 반듯이 누웠다. 도우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알몸 곳곳을 주무르며 맛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도우미는 이따금 상냥한 미소를 던지며 내 몸 구석구석을 주물러 나갔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도우미의 손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위에 와 닿을 때에는 황홀한 쾌감마져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쾌감은 아직 남편과의 섹스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해주면 돈을 받나요?”

내가 궁금해서 묻자 도우미는 말했다.

"돈이 걱정되시는가 보죠. 돈 걱정은 마시고 무엇이든지 말씀만 하세요 도와 드릴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도우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양쪽 열 개의 손가락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와 닿는 곳마다 시원시원하다 못해 더욱 더 짜릿한 황홀감마져 느껴졌다.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니 돈은 이미 황선엽이가 낸 모양이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을 모셔 왔지만 이렇게 피부가 곱고 몸매가 매끈하게 잘 빠진 분은 처음이예요. 정말이지 몸매가 너무 잘 빠졌어요. 처녀 같으면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는걸요.”

“하지만 아무리 몸매가 잘 빠져도 뭘해요.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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