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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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4.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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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회

“후회할 점으로 두 가지 경우가 빤히 보입니다. 우리가 합진 장군의 제안을 거부하면 우정동맹까지 하자던 그의 호의가 도리어 적개심으로 변할 것이니 새로운 적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만일 그의 적개심이 오히려 거란과의 군사동맹으로 이어져 그들 두 나라가 협력해서 우리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면 우리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가 설마 지금 험악한 전쟁 상태에 있는 거란군과 군사동맹을 해서 우리를 치기야 하겠소이까 ?”

“그것이 바로 목적 앞에서는 체면도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외교요 군사전략이 아닙니까 ?”

“하긴 나도 장군과 똑 같은 생각이오. 그러나 이 큰 일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서 실상은 나도 단안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두 가지 문제가 무엇입니까 ?

“첫째는 막료들의 반대여론을 돌리는 문제요, 둘째는 과연 누구를 동맹 교섭의 대표로 보내는가가 문제요, 막료의 반대론은 내가 무마해서 양해시킬 수도 있지만 몽고군 본진에 가서 교섭할 인물이 마땅치 않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속아서 죽을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아도 그와 1대 1로 담판할 위엄과 담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 하오”

“이 문제는 제가 주장한 만큼 제가 책임지고 가겠습니다. 책임이 무겁고 어려운 줄은 압니다만 죽음을 각오하고 난국에 임하는 것이 나라의 신하된 도리요 군인의 사명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장군이 가 주겠소 ?”

조충(趙忠) 원수(元帥)가 기뻐했다.

“폐하의 윤허만 계시면 대임을 맡겠습니다”

그러자 조충(趙忠) 원수는 왕에게 건의했다.

“폐하 ! 김취려 장군에게 대임을 맡기시옵소서”

“신하들의 뜻이 그렇다면 그리하리다”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왕은 즉시로 김취려 장군을 고려군의 전권군사(全權軍事)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김취려는 한광연(韓光衍) 등 10여 명의 장군과 기병대장과 군사들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 몽고군 본영(本營)으로 갔다.

김취려 장군 일행에 조충(趙忠) 원수는 동행하지 않았고 김취려 장군의 회담 결과를 보고 차후 직접 몽고와 회담에 나설 계획이었다.

몽고군 사령관 합진(合眞)은 정중한 군례로 김취려 장군 일행을 환영했다. 인사가 끝난 뒤에 정식회담이 시작되자 합진 장군은 통역 조중상(趙仲祥)을 통해서 권했다.

“귀국과 우리나라가 특별한 친선동맹을 맺게 되는 이 때에 먼저 고려 황제에게 요배(僚輩)하고 다음에 만노황제(萬奴皇帝)에게 요배하시지요”

풍신이 크고 인품이 뛰어난 김취려 장군은 침착한 말로 대답했다.

“하늘엔 두 개의 해가 없고 백성들에게는 두 분의 임금이 없는 법인데 소인이 어찌 두 황제에게 요배를 하오리까 ? 이는 도리가 아니옵니다”

그는 고려 황제에게만 요배하고 만노황제에게는 요배하지 않았다.

합진 장군은 자신의 중대한 첫 번째 요청이 만은 무시당했지만 도리어 김취려 장군의 늠름한 태도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의 비상한 풍채에 두려운 매력을 느끼면서 자세히 관찰했다.

김취려 장군의 키는 여섯 자 반이나 되고 은실같이 길게 늘어뜨린 백발수염은 배 아래까지 늘어져서 일종의 선풍(仙風)까지 띠고 있었다.

김취려 장군은 긴 수염 때문에 옷을 입을 때는 언제나 양편에서 시중드는 계집종이 긴 수염을 양쪽으로 갈라서 치켜 들어야만 허리의 띠를 맬 수 있었다.

이러한 당당한 풍채와 조리있는 언변에 몽고의 합진 장군은 경의를 표하고 또한 흥미를 느꼈다.

손님을 인도해서 앉게 한 뒤에 합진 장군은 웃으면서 물었다.

“장군의 금년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

“육십이 다 된 늙은 병정입니다”

“소인은 아직 오십 전입니다. 이렇게 가족과 같은 두 나라가 인연을 맺게 되었으매 소인이 장군을 의형님으로 모시겠으니 미흡한 소인을 의동생으로 대해 주십시오”

합진은 능란한 외교적 언사를 구사했으나 누가 보든지 김취려 장군은 합진의 형님으로서 부족한 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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