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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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4.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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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회

그날 회견은 그것으로 마치고 다음날부터 정식회담을 하게 되었다. 김취려 장군은 일단 호화롭게 꾸며진 숙소에서 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다시 합진 장군의 본영으로 찾아갔다.

“소인이 군인으로서 일찍이 여섯 나라를 정벌한 경험이 있어서 그 나라들의 귀족과 장군을 많이 보았습니다마는 형님과 같이 풍신과 인격이 높은 인물은 보지 못했습니다. 소인이 이렇게 장군을 형님으로 존경하면 소인 휘하의 장병 모두가 장군을 두 나라 동맹군의 사령관으로 추앙할 것입니다”

이런 사담(私談)을 나누면서 고려와 몽고와의 군사동맹은 지극히 온화하고 자연스럽게 체결되었고 그날 회담이 끝나고 영문(營門)을 나올 때 합진(合眞) 장군은 친히 김취려 장군의 손을 잡고 문밖에까지 나와서 말을 탈 때 부축을 해주며 전송했다.

“조충 원수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불편한 타향이지만 편히 쉬어 주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소인이 오늘 사령을 보내면 조충(趙忠) 원수께서 수일내로 장군을 예방할 것입니다”

몽고의 합진 장군이 고려군의 최고 책임자 조충 원수와의 환담을 요청했으므로 김취려 장군이 승락했던 것이다.

수일이 지났다. 김취려 장군으로부터 군사동맹이 원만히 체결되었다는 보고와 함께 합진 장군의 초청 기별을 받은 고려의 조충 원수(元帥)는 의장(儀仗)을 갖추어 도착했다.

몽고의 합진 장군은 성대한 환영 연회를 베풀었다. 술잔을 나눈 뒤에 합진 장군이 김취려 장군에게 물었다.

“원수와 장군 중에서 어느 분이 손위십니까 ?”

“물론 원수께서 연상이십니다”

“아 그러시겠죠. 그럼 원수께서 우리 세 의형제 중에서 맏형이 되시겠군요. 지금까지 손님으로서 윗자리에 모셨지만 이젠 큰형님으로서 한 자리 더 높이 모셔야겠습니다”

합진 장군은 조충(趙忠) 원수를 동쪽에 있는 새로운 의자로 인도해서 모셨다.

“소인이 감히 실례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소인의 진정한 마음이오니 용서해 주십시오. 마땅히 막내로서 말석에 앉는 것이 법도이오나 두 분의 좌우 애호를 받기 위해서 두 손님의 중간에 앉고 싶습니다”

“장군의 뜻이 소인의 뜻입니다. 다만 어려워서 먼저 말씀드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김취려 장군은 이렇게 말하여 자기들 중간 자리에 합진(合眞) 장군을 맞아 앉혔다. 이것으로 좌석의 분위기가 더욱 화락해지자 술과 노래와 여자들의 춤으로 환락이 무르익어 갔다.

“몽고와 고려 두 나라의 무운(武運)을 위하여 축배를 듭시다 !”

일동은 술잔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불렀다.

“조충 원수를 환영해서 축배 !”

또 만세를 불렀다.

다음에는 김취려 장군의 회담 공로를 위해서 축배!“

이때 김취려 장군이 손을 흔들고 일어서서 만세를 사양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박수갈채를 더 크게 일으켰다. 멋적어진 김취려 장군이 긴 수염을 잡아서 위로 흔들면서

“우리 두 나라 공동의 적인 포악무도한 거란군의 타도를 맹세하면서 축배를 듭시다 !”

하고 부르짖었다. 장내에 우뢰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 뒤로는 또 다시 진탕 먹고 마시는 성대한 연회가 계속되었다. 몽고군들이 음식을 만드는 분량과 방법은 그야말로 동물적으로 왕성했다.

양을 통째로 거대한 숯불 화로의 불에 지글지글 구워가면서 칼로 썩썩 베어 먹었는데 그 칼 끝에 꽂은 고기를 상대의 입에 먹여 줄 때는 위험을 느낄 정도여서 손님으로 온 고려군들은 겁까지 났다.

싸움에서는 몽고군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려군들도 그 징기스칸 요리의 칼 끝 양고기 대접에는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몽고(蒙古)의 합진(合眞) 장군은 술도 잘 마시고 고기도 잘 먹었다. 그는 손님을 환대하려고 조충 원수에게 술내기를 제의했다. 조충(趙忠) 원수가 그 호의에 술잔을 사양할 수 없어서 상당한 양을 거듭 마셨는데 주인은 손님에게 계속 술잔을 강권했다. 조충(趙忠) 원수는 강권하는 술잔이 부담스러워

“이제 그만 듭시다”

하고 사양했다.

“그럼 원수가 술내기에 졌으니 벌주로 또 한 잔 하시오”

“주량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손님된 예의로 사양합니다. 만일 내가 장군을 이기면 장군이

벌을 받게 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손님으로서 주인을 벌하는 실례가 될까봐 지는 척하고 사양할 따름입니다”

군인이 술에 졌다는 말을 피하려는 듯이 그런 농담으로 환대의 주난(酒難)을 모면했다.

“아아 ! 원수님의 그 말이 명답이군요”

하고 몽고의 합진(合眞) 장군도 기뻐했다.

“그럼 마지막 잔으로 여러분의 건강을 빌겠습니다”

이튿날 새벽부터 영문 안은 출동준비로 분주했다. 몽고와 고려의 두 나라 군사들은 깜짝 놀랐다. 오늘 새로운 행동을 개시한다는 것은 두 나라의 하급 장교에게는 기밀로 되어 있었다. 두 나라의 사령관들이 어젯밤에 진탕 먹어댄 것도 단순한 환영회가 아니라 오늘의 새로운 출동을 위한 축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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