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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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4.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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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송나라 철종은 나중에야 고려의 왕자임을 알고 의천(義天)을 궁중으로 불렀다. 수공전(垂拱殿) 높은 곳에 송나라 황제가 앉아 있고 신하들이 좌우로 모시어 서 있는 가운데 의천이

“황제폐하 ! 소승 의천이옵니다. 어인 일로 불렀사옵니까 ?”

섬돌 아래에서 국궁재배하고 그 자리에 꿇어 앉았다. 그러자 황제는 정전으로 올라와 명령했다.

“그대가 고려국의 왕자이며 명승이라 들었소. 진작 몰라뵌 것이 죄송스럽소. 어서 이리로 와 앉으시오”

의천이 감격하여 올라 앉자 황제가 친히 마중하여 읍하였다.

“송나라 황제께서는 외국의 명승에 대하여 대등한 예로써 맞이하오”

하고 통역이 말했다. 의천(義天)은 감격하여 다시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의천의 뜻을 가상히 여겨 군신들에게 명령하기를

“송나라 천지에서 의천이 공부하기를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지 수학할 수 있도록 소흘함이 없도록 하시오”

하였다. 황제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렸다. 가장 융숭한 대접이었다. 의천(義天)은 황제를 배알한 후 각엄사(覺嚴寺)에서 화엄법사 유성(有誠)의 문하에 들어가 천태종과 화엄종의 동이(同異)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당시 고려의 선종에 만족치 않고 송나라까지 온 의천의 야심은 더욱 커졌다.

천태종의 길은 진리를 탐구하면 할수록 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의천은 어느날 유성(有誠)과 나란히 번화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주루(酒樓)와 찻집이 즐비한 주작문가(朱雀門街)는 등불과 채붕(採棚)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한 모퉁이를 돌자 음식점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큰 백병을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고기를 파는 곳, 국수를 파는 곳 등이 있어 사람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다. 의천(義天)은 생전 처음 보는 일이라 어찌하여 송나라 서울에 이렇게 번화한가 하는 것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당시 고려에서는 일반 백성들은 아직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문물교환으로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송나라에 와 보니 일반 서민들까지도 돈을 사용하니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향상되었음을 알았다.

의천은 다시 상국사(相國寺)로 옮겨 원소종본(圓炤宗本)의 문하에서 잠시 화엄을 연구하였다. 그런데 상국사는 바로 번화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절 안에서 물건의 매매를 하고 있었다. 그 날이 되면 남녀노소들이 모두 절 경내에 모여 들어 상가와 같은 거리를 이루고 있었다. 애국심이 강한 의천(義天)은 다시 한번 고려의 번영을 머릿속에 생각하게 되었다.

고려 본국에서는 의천이 송나라에 있음을 알고 고려의 왕은 사람을 보내 송나라의 황제에게 의천의 귀국을 요청하였다. 의천은 고려왕의 명령을 받고 1년 2개월 강 송나라의 각 명승지로 돌아다니다가 고려로 돌아왔다.

그리고 흥왕사 주지가 되었다. 귀국할 때 의천은 불경은 물론 유학서적까지 가지고 돌아왔음으로 흥왕사와 각지에서 고서를 수집하여 4,740권에 달하는 책을 모았다.

국청사(國淸寺)에 머물러 있을 때는 의천의 고명한 불설(佛說)을 배우기 의해 한 때 천여 명의 학자가 모인 일까지 있었다. 자기 모친이 지은 국청사에 있으면서 조카인 원명국사(圓明國師)로 낙발시켰다.

이로써 고려 왕실에서는 명승이 나오게 되었다. 의천(義天)은 국사(國師)가 된 후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고려에서도 숙종 때에 이르러 돈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의천의 건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천(義天)은 46세로 세상을 떠나자 백성들이 모두 애석해 하였다. 숙종이 의천에게 대각(大覺)이라는 시호를 내리려 하자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에서 대각은 바로 부처님을 말하는 것이니 불가하다고 신하들이 반박하였으나 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왕족이기 때문에 대각의 시호가 가하며 또 출가한 승려에게는 복이 없으나 의천의 구법과 행실이 송나라와 요나라까지 알려졌으니 대각이란 시호는 고려의 명승에 대해 예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의천의 장례는 3일간으로 정하고 후한 부의를 내려 장사를 성대하게 치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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