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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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0.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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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잡지사 사무실로 돌아온 박희정은 우리집 아파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영진이는 새엄마가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박희정은 내가 지금까지 댄스 교습소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내 휴대폰은 신호만 갈뿐 전화는 받지 않았다. 박희정은 삼 십여 분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하자 그제서야 나는 전화를 받았다.

“왠 일이세요?”

“언니를 좀 만나고 싶어서요.”

"그래요.”

“지금 어디 계세요?”

“양과자점에 있어요. 애들 과자나 좀 사줄려고요.”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가면 안되요.”

“안될 것은 없지만 당장 만나야 하나요?”

“속히 만날수록 좋기는 하지만 당장 만나기가 불편하면 있다가 만나도 돼요. 지금 가정교사와 같이 있나 보군요. 그렇죠?”

내가 말이 없자 박희정은 다시 물었다.

“가정교사 하고 같이 있느냐구요? 잘 안들려요?”

“아. 그래요 가정교사하고 같이 있어요. 그건 왜 물어요? ”

“그냥요... 그럼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나한테 전화해요. 내가 갈게요. 빨리 만날수록 좋으니 서둘러 주세요.”

“그럴게요!”

박희정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택시를 타고 댄스 교습소로 향했다. 박희정은 내가 김문석씨와 댄스 교습소에 있는 것을 양과자점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였다. 박희정이 댄스 교습소로 막 들어서는데 마침 황선엽이 어느 남자와 나오고 있었다. 박희정 으로서는 처음보는 남자였다. 박희정은 애써 반갑게 말했다.

“어머! 황여사님 오랜만이예요.”

“박기자가 여긴 웬 일이예요.”

“호홋.. 혹시 좋은 특집 기사감이라도 있나 싶어서요.”

“여긴 정식으로 허가 받은 댄스 교습소인걸... ”

“그건 나도 알아요. 좋은 특집 기사감이란 내가 그냥 해본 소리구...실은 황여사님을 좀 만나고 싶어서 왔어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호홋.. 내 정보 능력이 그렇게 둔한 줄 아세요. 늘 사건 사고만 취재하다보니 육감으로 마음에 와 닿는 것도 있거던요. 그래서 그저 혹시 여기에 춤이라도 추러 오지 않았나 싶어 와 본 거예요.”

그렇게 박희정이 말은 했지만 황선엽으로서는 마음이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박희정이 알고 혹시나 잡지에 보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황선엽은 동행한 남자를 데리고 박희정과 함께 인근 커피솦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면서 옆에 앉은 남자에게

“이 분은 잡지사 기자예요. 인사 하세요.”

하자 남자는

“처음 뵙겠습니다. 남선용이라고 합니다.”

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습니다.

“박희정이예요.”

하면서 박희정은 명함을 내밀었다. 그 명함에는 월간 ‘생활춘추’ 취재부 부장 박희정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남선용이 말하자 박희정은

“저를 많이 도와 주세요.”

하고는 수첩을 꺼내 남선용의 이름을 적고 나서

“남선용 씨라?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 같은데. 저 혹시 동부경찰서 외사과에 근무하지 않았나요?.”

하자 황선엽은

“동부경찰서 외사과 형사로 다년간 근무했어요. 지금은 그만두고 용돈을 나한테 타쓰고 있어요...”

‘용돈이라니.....’

박희정은 소리인가 하고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직업이 없이 백수건달 실업자로 놀면서 여자에게 용돈을 얻어 쓰고 있는구나 생각을 했다. 황선엽은 말했다.

"날 만나고 싶어 했다니 무슨 일이죠?”

“저 강민숙 때문이예요.”

“강민숙? 강민숙은 박기자 사촌 올케가 아니야?”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나와 적이 되었어요.”

“아니 적이라니?”

순간 황선엽은 깜짝 놀랐다.

“적이죠. 분명히 말하지만 강민숙은 내 적이예요. 적을 치기 위해서는 우선 적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적을 치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하다구?”

“예. 강민숙은 내 적이고 적은 공격의 대상이죠.”

“올케와 이를수가?”

“이제 강민숙은 내 올케가 아니예요. 만일 강민숙이가 내 올케라면... 정말 우리 오빠 부인이라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해서는 안되자나요.”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다니 무슨 소리야?”

“황여사님에게 한가지 물어 보겠어요?”

“말해 봐요.”

“우리 올케가 아니.. 강민숙이가 한 달에 백만원씩 주고 가정교사를 둔 이유를 아세요? 그것도 아주 젊은 애송이 남자를? 가정교사란 학교처럼 하루종인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고작 두 서너 시간 가르치는데... 더군다나 집에 와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강민숙이와 침식을 같이 하면서 집에 들어와 살고 있단 말예요.”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아직 모르고 있었군요.”

“난 몰랐는걸....”

“혹시 기억 나세요. 그 가정교사를?”

“글쎄... 사람을 보면 알른지 모르겠는데... 혹시 이름을 알아요?”

“김문석이예요.”

“김문석? 가만 있자... 김문석이라.....”

순간 황선엽은 두 달전 ‘왕십리 1번지’ 스카이라운지에서 강민숙이가 동생이라고 소개하던 그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강민숙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저 남자는 누구냐?’

‘내 동생이야’

‘이것아! 없다던 동생이 어디서 나왔니?.’

‘맺은 동생이야’

“혹시 그때 나한데 맺은 동생이라고 하던 사람이 가정교사로 들어온 게 아닌지 모르겠구만....”

하는 황선엽의 말에 박희정은

“의남매로 맺은 동생이라고 하던가요?”

“글쎄, 그때 그 남자인지는 모르지만 그때 그 남자라면 맺은 동생이라 하던데....”

박희정은 남선용에게

“죄송합니만 자리를 좀 비켜주시면 좋겠어요.”

하자 남선용은 건너편 떨어진 자리로 옮겨 앉았다. 박희정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어 황선엽 눈앞에 내밀었다.

“아니 이게 뭐야?”

발가벗은 여자가 누워서 남자와 서로 부둥껴안고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본 황선엽은 눈을 휘둥거렸다. 박희정은

“이 사진 말예요. 가정교사로 들어온 남자와 섹스를 하는 장면이예요.”

“그런데 이 사진은 어디서 나왔어요? 여자는 분명히 강민숙이가 맞는데... 남자는 얼굴을 숙이고 있으니 누군지 모르겠고.....”

박희정은 거품처럼 바글바글 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몰카를 강민희 침실에다 몰래 설치해 두었던 거죠.”

“물카?”

“몰래 카메라죠.”

“원 세상에 이럴 수가.....”

황선엽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박희정은 사진을 받아서 도로 가방에 집어 넣으면서 말했다.

"이 사실은 누구한테도 공개하면 안돼요. 혼자만 알고 계세요. 꼭 비밀을 지켜주셔야 해요.”

“그럴게요. 한 달에 백만원씩 돈을 주고 가정교사를 집으로 불러 드리고는 이런 짓을 할려고 그랬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은 모른척 하고 덮어 두어야 해요. 지금 강민희가 알면 안되요. 거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예요. 좀더 깊이 거물망 안으로 들어 오도록 가만히 둬야 해요. 꼭 모르는 척 하세요 황여사님은....”

“나는 모른척 하고 있을게요. 박기자에게 솔직히 말하지만 아까 내 옆에 앉았던 사람과는 애인 사이예요. 전직 경찰서 형사라는 경력 때문에 수사기관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박기자도 수사기관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때로는 도움이 될 거예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데 연락해요. 수사기관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예 그러죠.”

박희정과 황선엽은 다방을 나와 서로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박희정은 황선엽이 보통 여자가 아니구나 싶었다. 무슨 이유로 남편 있는 황선엽이 전직 경찰관과 연인 관계를 맺었는지 그리고 수사기관에 친분 있는 경찰관을 두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수사기관에 아는 사람이 많으면 도움이 된다는 말에 대해서도 박희정은 궁금했다.

김문석이가 내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지 두 달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박희정은 김문석의 집으로 찾아갔다. 평소에 어디에 사는 누구라는 것을 상세하게 알아 두었던 터이라 김문석의 집을 찾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김문석의 집은 부산 변두리 고지대인 남부민동 달동네였다. 부산 앞 바다가 한 눈에 바라보였다. 지은지 오래되어 낡은 스레이트 집에 부엌이 달린 방 한 칸을 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김문석과 세 식구였다. 김문석은 강민희 집에 들어가 살고 있기 때문에 김문석과 어머니와 여동생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일요일이라 여고(女高)에 다니는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다. 박희정은 말했다.

“저는 김문석이가 가정교사로 있는 주인 강민희 올케입니다.”

김문석 어머니는 반가히 맞으면서 박희정을 방으로 안내했다. 박희정 은 방에 들어가 앉자 김문석 어머니도 앉으며 말했다.

“이리 누추한 집에 찾아 오셔서 부꾸럽심니더.”

박희정은

“부끄럽긴요.”

하면서 사들고 간 음료수 박스를 내놓았다. 김문석의 여동생인 소녀가 윗목 책상에 엎드러 공부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게 우째 이런 걸 다 사오십니껴.”

“이렇게 어렵게 사니다니 참 안됐군요. 생활하시는데 어려움이 많으실텐데 생활비는 어떻게 벌고 있어요?”

박희정이 묻자 김문석 어머니는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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