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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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0.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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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내가 공사판에 노가다 일도 하믄서 쪼께식 버는데 그것도 요새는 일이 없어 하다 말고 하고 있심니더. 다행이 우리 문석이가 가정선생으로 벌고 그 월급으로 그냥저냥 먹고 살고 있심니더. 한 달에 백만원 받아 온다 카는데 이십만 원은 지 용돈 씨고 80만원은 나한테 갖다 주는데 카이 말이지 가정선생으로 한 달에 백만원 받는다 카믄 적은 돈이 아닌기라예... 나이도 애리고 중학교 밖에 안나온기 한 달에 백만원 번다카이 참말이지 눈이 확 터이는기라예... 내 아들이라꼬 카는기 아이라 참말로 기특한기라예 ..”

‘대학에 다닌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였구나.’

박희정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가 알기로는 김문석은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중이라고 하던데요?”

하자 김문석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면서

“아이고 누가 그깝디까? 중학교 밖에 안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대학입니껴? 대학엔 문 앞에도 안가봤심니더. 고등학교도 못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대학입니껴. 중학교 뻬기 안나왔십니더.”

“그래요. 그러면 제가 잘못 들었나 보군요.”

“아매 그럴깁니더. 잘못 들었지예.”

“우리 문석일 한 달에 백만원이나 주고 가정선생으로 쓰주는 주인댁 아지맬 찾아가 인사라도 해야 하는긴데 미안해서..... 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도록 해주니 이 얼매나 고맙심니껴. 진짜로 이 은혜는 안잊어 삐릴깁니더.”

김문석 어머니는 아들 김문석이가 가정교사로 침식을 하고 한 달에 백만 원을 받는다고 서슴없이 털어 놓으면서 무척이나 기뻐했다.

“우리 시누이가 늘 김문석을 착하다고 칭찬하시기에 어머니도 훌륭한 분이시겠지 하고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

“잘 오셨십니더. 가정선생으로 들어간 뒤로는 딱 두번 집에 댕기갔는데 아(아이) 얼굴이 바짝 애빗길레(야웠기에) 물어 보니께 말도 안하고 괜찮다고만 카는기라얘. 이왕 우리 집에 오셨으니께 드리는 말씀입니더만 우리 문석이가 와 그리 애빗는지 혹시 알고 있심니껴?”

박희정은 김문석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례 짐작을 했다. 김문의 얼굴이 바짝 야위어 있어 물어보니까 괜찮다고만 말할 뿐 왜 야위었는지, 무슨 일로 야위였는지 말하지 않더라는 그런 말이었다. 김문석의 얼굴이 강민희의 집에 들어간 후 야윈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박희정은 생각했다. 그것은 강민희가 매일 김문석에게 섹스를 요구해 와 김문석이 무리하게 거기에 응하다보니 체력이 극도로 쇠약해져 얼굴이 야윈 것이라고 믿었다. 남편(박중배)을 멀리 떠나 보내고 과부나 다름없이 독수공방 하고 있는 나는 솔직히 말해서 끓어 오르는 욕정을 김문석이란 젊은 청년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실을 박희정은 물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희정이 내 방에 몰카(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던 사실도, 그리고 그 몰카에 나와 김문석과 섹스를 하는 장면이 찍 모습이 필림에 담겨 현상되어 그 사진이 박희정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박희정은 우리 집을 나서면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금전에 김문석 어머니가 한 말을 모두 녹음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가스라이터 처럼 생긴 그만한 크기의 미국 제너럴모터스사의 녹음기는 호주머니 속이나 손바닥 안에 넣고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비밀로 녹음할 수 있어 취재용으로 요즘 널리 사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박희정은 달동네를 내려오면서 녹음기를 털어 보았다.

‘나이도 애리고 중학교 밖에 안나온기 한 달에 백만원 번다카이 참말이지 눈이 확 터이는기라예.... 내 아들이라꼬 카는기 아이라 참말로 기특한기라예.... 우리 문석일 한 달에 백만 원이나 주고 가정선생으로 쓰주는 주인댁 아지맬 찾아가 인사라도 해야 하는긴데 미안해서.... 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도록 해주니 이 얼매나 고맙심니껴. 진짜로 이 은혜는 안잊어 삐릴깁니더.’

큰 길까지 내려온 박희정은 택시를 타고 잡지사로 향했다. 그리고 잡지사에 들어가 내가 김문석을 가정교사란 이름으로 집으로 끌어 들여 섹스를 하고 있는 사실을 기사(記事)로 쓸까말까 망서리다가 일단 초안을 잡아보기로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한편 남선용은 동부경찰서 외사과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직 형사였다. 그가 형사로 재직하고 있던 어느 날 삼십 대 초반의 중국동포 여자가 밀입국 혐의로 다른 40여 명의 밀입국자와 함께 체포되어 경찰서에 끌려 왔다. 그런데 이 여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이 여자를 무혐의로 풀어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 여자는 고맙다는 인사 표시로 30만 원짜리 선물티켓을 남선용에게 주었고, 남선용 은 아무런 생각없이 선물티켓을 받았다.

하지만 한달 후 이 여자는 다른 경찰서에서 다시 밀입국 협의로 체포되었고, 조사과정에서 이 여자가 소지한 여권이 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남선용은 위조 여권을 소지한 이 여자를 선물티켓을 뇌물로 받고 석방시켰다는 혐의로 파면 되었다.

남선용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자는 자신이 풀려나기 위해 뇌물로 주었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바람에 남선용은 파면되고 말았다. 물론 남선용으로서는 억울하기는 했지만 위조 여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은 자신의 실수도 있고 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고 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제5부

용진철학원 이층 간명실(看命室)에서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도록 나는 역술인 앞에 앉아서 사주팔자를 보고 있었다. 역술인은 나의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적고는 운세를 뽑았다. 역술인은 나의 이름과 사주팔자를 다음과 같은 영상을 pc 화면에 띄워놓고 보여 주고는 커즈를 움직이면서 입을 열었다.

강민숙 여자의 명

년 월 일 시

乙 戊 壬 庚

巳 寅 子 戌

상관 편관 * 편인

편재 식신 겁재 편관

木 土 水 金

火 木 水 土

편관 편관 * 편관

편인 편재 - 정재

편재 식신 겁재 편관

 

“여자 사주는 정관이 남편이고 편관이 외간 남자인데 정관이 없고, 편관이 많은 이런 사주는 운명적으로 첫 결혼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말하자면 사주에 편관이 많아서 첫 남편과 그리고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가 첫 결혼에 성공 할려면 사주에 정관이 하나 정도 있는 것이 좋은데 특히 관살이 순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결혼해도 또 다시 실패 하겠네요?”

“그렇긴 하지만 어떤 남자와 결혼하느냐에 따라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오늘날 최첨단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서도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없을 방법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각자 타고난 운명속에 담겨진 크고 작은 재앙을 제거하는 방법은 없지만 미리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발생지와 진로를 알고 대피를 하던지 최대한의 준비를 갖춘다면 피해를 당하지 않거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인간도 자신에게 막칠 운명적 재앙을 미리 알면 피할 수 있지만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운명에 대해서는 믿을려도 하지 않으며 그저 당하고 나면 운명이거니 하면서 자위를 한다고 설명 하였다. 그러면서 여자가 남자와 결혼을 해서 파경을 맞았다면 그 파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결국 결혼을 해서 당한다고 하였다. 이런 것을 두고 흔히 운명이니 팔자니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어도 보면 자신의 실수로 인한 재앙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안전한 길이 있는데도 그 길을 몰라서 험준한 산길을 택해서 호랑이를 만나 재앙을 당하는 이치와 같다고 보면 된다고 하면서 순간의 실수는 소중한 자신의 재산을 빼앗고, 영혼을 함몰시키고, 인생 전부를 망가트려 놓는다고 하였다. 역술인은 다시 말했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정관은 남편이고 편관은 외간 남자를 말하는데 사주에 정관은 없고 그 자리에 편관이 자리 잡고 있으니 결혼해도 백년 해로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아마 세 번 이상은 재혼을 할 것 같은데 사주에 화개살(華蓋殺) 있어 머리는 좋겠고 예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지금은 대운이 흉운이라 재능을 발휘할 수 없지만 대운에서 길운을만나면 예술적 재능이 나타날 것입니다.”

“예술적 재능이라면 어떤 것을 말합니까?”

“노래를 잘 부른다거가 춤을 잘 춘다거나 하는 걸 말합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요.”

“그건 대운이 흉운이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운이 길운으로 바뀌면 뜻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대운이 길운으로 바뀔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럼 언제쯤 대운에 길운이 오나요?”

“50살이 넘어야 합니다.”

"5O살이면 가수로 나갈 나이로는 많을 텐네요.“

“예술에 무슨 나이가 있습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도 있으니 너무 나이가 많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가수가 되도록 노력해 보세요. 노력하면서 아마 50살이 조금 넘어 53살쯤 되면 대운이 길운으로 바뀌니 그 때는 가수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만 되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

“사주에 편관에 태과한 여자는 대부분 남편운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할려고 하면 남자쪽에서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지장간(支藏干)을 보니 관살(官殺)이 많은데 이 관살(官殺)로 보아 재혼도 여러번 할 것이고 지금 남편 외에 또 다른 애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애인이라기 보다는 한번이라도 섹스를 하는 남자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 남자가 없으면 없다고 말씀해 보십시오.”

그러자 나는 갑자기 얼굴이 홍당 무우가 되었다. 다른 남자와 섹스를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까지 알아내니 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하고 그저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나는 속으로 귀신같이 알아낸다고 생각하면서 가타부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김문석과 섹스를 한 일이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역술인이 섬뜩할 만큼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마치 귀신을 만난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남편의 운세를 보기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알려 주었다. 역술인은 남편의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적고는 사주를 뽑더니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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