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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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0.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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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남자는 정재가 정식 아내이고 편재는 애인인데 이 사주는 정재는 없고 편재 뿐입니다. 그러니 첫 번째 결혼한 아내와는 백년해로가 어렵고. 다시 재혼을 해도 또 다른 여자를 얻어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사주는 역마살(驛馬殺)과 지살(地殺)이 태과(太過)하여 해외로 자주 다니게 됩니다. 아마도 배를 타는 마도로스로 보입니다. 일주(日柱)를 보면 월(月)에 공망이요 절(絶)이 되어 형제간에도 별로 우애가 없고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합니다. 또한 시(時)의 처자궁도 공망이요, 고신살인데 고신살이란 고독한 신세라는 뜻인데 재혼한 여자와도 헤어져야 합니다. 역마살 속에 재(財)가 있고 또 그 재(財)가 관(官)을 안고 있으니 아마도 국제결혼을 해서 혼열아를 낳게 될 팔자입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그렇게 살아야 할 팔자입니다”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남편이 국제결혼이라니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나는 말했다.

“참말로 지금 남편하고는 헤어지게 됩니까?”

“글쎄올시다. 꼭 그렇다기 보다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사주팔자를 믿고 안 믿고는 알아서 하시고 적어도 사주팔자에는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 역술인은 점심식사를 한다면서 일어섰다. 나는 용진철학원을 나와 밖에 세워둔 승용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자동차를 몰고는 집으로 향했다. 자동차 핸들을 잡고 있는 내 머릿속에는 조금전 용진철학원에서 역술인이 한 말이 뇌리에 떠 올랐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정관은 남편이고 편관은 외간 남자를 말하는데 사주에 정관은 없고 그 자리에 편관이 자리 잡고 있으니 결혼해도 백년해로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아마 세 번 이상은 재혼을 할 것 같은데 사주에 화개살(華蓋殺) 있어 머리는 좋겠고 예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지금은 대운이 흉운이라 재능을 발휘할 수 없지만 대운에 길운이 오면 예술적 재능이 나타날 것입니다’

내가 남편 박중배와 또 다시 이혼을 한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후들후들 떨렸다. 도대체 내가 몇 번이라 결혼해야 제대로 남편을 만날 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나는 내 스스로 지독하게도 남편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 시간에 고층 아파트의 거실에서는 조금전부터 남녀 혼성으로 다섯 사람이 모여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세 사람은 여자이고 두 사람은 남자이다. 여자는 황선엽, 이봉숙, 문양옥이고, 두 남자는 여자들이 도박을 하기 위해 끌어들인 사람들이었다. 여자 셋은 모두 다 얇은 부라우스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시찌부(칠부)도 입지 않고 삼각팬티만 걸쳤는데 문양옥만은 노팬티 차림이었다.

화투패는 늘 세 사람이 거머쥐고 일사분란하게 돌아갔다. 여자 쪽에서 광을 팔거나 하여 한 사람이 빠지면 남자 쪽에서도 한 사람이 빠지곤 했다. 그러다보니 여자 둘에 남자 하나로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자 쪽에서는 황선엽이가 광을 팔고 화투장을 거머쥔 문양옥은 바닥에 깔린 화투장을 둘레둘레 살피며 고우(go)를 할까말까 망서렸다.

순간 이봉숙은 문양옥에게 눈짓을 했다. 고우를 하라는 신호이다. 화투패를 잡은 남자는 스커트 밑으로 환하게 들어다 보이는 여자의 사타구니에 시선을 연신 던졌다. 여자의 허벅지 사이에 깊숙히 자리잡은 음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남자는 호기심어린 시선을 연신 그쪽으로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 옆에 또 다른 남자가 탐스럽게 드러내 보이는 문양옥의 하얀 허벅다리에 연신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순간 이봉숙의 손에 쥐어진 화투패 한 장이 감쪽같이 다른 패로 바뀌었다. 이때 문양옥은 고우를 했다. 바닥에서 떼낀 화투장에 팔광이 나왔다. 헛탕이었다. 그러자 이봉숙은 제빨리 삼조(三鳥) 공산을 내놓으며 팔광을 가져갔다. 어느새 이봉숙은 고도리(오조 : 五鳥)를 했다. 고우를 할까말까 망서리다가 손에 든 화투패를 던졌다.

“고우를 해도 되는 건데 왜 안해?”

이봉숙의 말을 들으며 문양옥은 맨 윗장을 들추어 보았다. 사꾸라(벗꽃) 팔광이 나왔다. 손에 쥔 사꾸라 홍단을 바닥에 내던지며

“고우를 해도 되는 건데....”

하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이봉숙이 기선을 잡았다. 한 점에 만원짜리 고우이다. 계산해 보니 고도리(五鳥) 5점에 피가 일곱개이다. 남자의 손에서 만원짜리 지폐가 일곱장 이봉숙에게로 넘어갔다. 다시 화투패가 돌아갔다. 이번에는 이봉숙이 빠지고 황선엽이 들어왔다. 남자 쪽에서도 사람이 바뀌었다. 기선을 잡은 이봉숙은 바닥에 흩어져 있는 화투장을 끌어 모아 간추리며 입이 함지박 만큼 벌어졌다. 다시 화투패가 나누어지고 돈을 따기 위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길들이 안개처럼 방안에 가득찼다.

남자는 사타구니를 V자로 벌리고 앉은 여자의 그 은밀한 곳에 연신 탐욕스런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남자의 눈길이 여자의 그곳에 머물 때마다 여자들의 손에 쥐어진 화투패는 감쪽같이 다른 패와 바꾸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눈치도 모르는지 여자의 그곳에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한참 돌아가던 화투패가 이번에는 황선엽이가 기선을 잡은 듯 고우를 하자 이봉숙과 남자는 화투패를 던지고 만원짜리 지폐 석장씩을 황선엽에게 건네 주었다. 황선엽의 무릎 밑에는 만원짜리 지폐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지금까지 남자들에게 딴 돈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말 없이 잘 나가던 남자 하나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몹시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소리치듯 말했다.

“이건 사기다! 아직 한 판도 못먹다니 이건 사기야!”

다른 남자도 말했다.

“그렇다. 이건 사기다!”

그러자 문양옥이가

“사기라니?”

하고 대들자

“분명히 이건 사기다.. 사기가 아니면 지금까지 한 판도 못먹을 수가 있나.”

“맞다 사기다! 우릴 속이고 있어! 사기를 친거라구... ”

하며 다른 남자가 합세했다.

“웃기지 마!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지만 사기라니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화투를 치다보면 늘 잃을 때도 있고 딸 때도 있는 거야.. 그런데 잃었다고 해서 사기라니?”

이봉숙의 말에 남자 하나가

“사기가 아니면 지금까지 한판도 못먹을 수가 없어. 벌써 천만 원이나 나갔어 천만 원을 잃을 동안 한 판도 못먹다니... 우리를 사기친거야 이 여편네들!”

하자 문양옥은

“여편네라니... 어쭈 이것들이 부알찬 남자라고 제법 노네...”

하고는 이봉숙에게

“기분 잡친다. 더 이상 못하겠어 가자!”

하며 일어서자 남자 하나가 다른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 무슨 심상치 않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황선엽은 그 자리에 남고 문양옥과 이봉숙이 돈가방을 챙겨들고 현관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트에 몸을 밀어 넣자 두 남자도 엘리베이트에 몸을 밀어 넣었다.

현관 밖에까지 나온 황선엽은 엘리베이트 문이 닫기는 것을 보고는 얼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내려 갔어요.”

“ 알았어.”

하는 말이 휴대폰에서 들렸다. 맨 아래층에 내려가 엘리베이트에서 내린 이봉숙과 문양옥은 승용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으로 가자 두 남자가 두 여자 앞을 가로 막았다. 한 남자가 문양옥의 손목을 나뀌잡으며 말했다.

“내돈 내놔!”

순간 다른 남자도 이봉숙의 손목을 나뀌 잡았다.

“돈 내놔!”

이봉숙이가

“왜 이래 못내놔.”

하자 남자는

“이게 죽고 싶어?”

“내가 왜 죽어?”

하며 이봉숙은 당당하게 맞섰다.

“돈 내놓기 싫으면 몸으로 떼워!”

“정 원하면 그렇게 하지!”

하는 이봉숙의 말에 문양옥은

“몸도 주고 돈도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몸도 주고 돈도 주면 더 좋고...”

“쳇”

하고 문양옥이 옆을 돌아보자 멀치감치 떨어진 곳에서 황선엽이가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봉숙과 문양옥은 못이긴척 하며 인근 모텔로 두 남자를 따라 갔다. 이들을 여관까지 미행한 황선엽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모텔로 들어 갔어요.”

“알았어.”

모텔에 들어 온 두 남자는 두 여자와 하나씩 짝을 지어 각각 다른 방에 투숙했다. 두 남자는 여자와 섹스를 한 후 돈을 탈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들이 방에 투숙하자 곧바로 두 남자가 들이 닥쳤다. 남선용과 백기태였다. 백기태는 남선용이 경찰서에 근무할 때 친하게 지내던 깡패 두목이었다. 남선용과 백기태는 방안에 들어서며 두 남자에게 같이 투숙한 여자가 자기의 아내라고 말하고는 남자의 목덜미를 잡고는 내동댕이쳤다. 백기태는

“어차피 이래 됐으니 한 장만 주고 가거라.. 아니면 쇠고랑을 차던지...”

섹스도 한 번 못한 두 남자는 억울하고 난감했다. 하지만 남편 있는 여자와 모텔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혐의를 면할 수가 없었다. 두 남자는 그제야 마수에 걸린 줄 알고 억울해 하였지만 천만 원에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황선엽과 이봉숙은 이번 방법으로 수시로 두 남자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돈을 갈취했다. 두 남자와 도박을 해서 딴 돈 천만 원은 황선엽과 문양옥, 그리고 이봉숙과 나누어 가졌고, 여자를 모텔에 투숙한 죄로 두 남자에게 받은 천만원의 돈은 남선용과 배기태가 나누어 가졌다. 누구든지 이들의 마수에 걸려들면 어떤 방법이던 돈을 뜯겨야 했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돈을 끌어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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