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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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0.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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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회>

“지가 노가다 공사판에 댕기믄서 쪼개씩 벌고 있심니더. 우리 문석이가 가정선생으로 벌고 있어 생활은 그런대로 하고 있심니더..”

“노가다 공사판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말이 노가다지 일은 억시기 수월합니더. 그냥 출근만 하믄 한 대가리 쳐 주는기라얘.”

“한 대가리라니요?”

“저. 그러니께 뭐라카노. 와 하루 출근하믄 하루 일당 주는거 안있심니껴. 그런데 노가다판에는 반장이 있고 십장이 있는기라얘... 반장과 십장이 어찌나 잘 봐 주는지 말이 노가다지 일 안해도 그냥 와서 얼쩡거리면 한 대가리 쳐준다 아임니껴... 하루 일하는 걸 노가다판에서는 한 대가리라꼬 안캅니껴.. ”

“그러니까 노가다판에는 일 안해도 일당을 주는데가 있군요... 그런데가 있으면 문석이를 좀 넣어 주시지 그래요.”

“카이 노가다판에는 머스마는 똥값인기라얘. 노가다판에는 지 같이 남편없이 혼자 사는 과부는 왔단기라얘....”

“남편없는 과부는 왔다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김문석 어머니가 하는 말이 재미가 있어 호기심으로 야금여금 물었다. 그러자 김문석 어머니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살금살금 털어 놓았다.

“남편없이 혼자 사는 과부가 노가다판에서 와 인긴가 하믄 말입니더. 현장에서 일하믄 반장이 와서 아지매 잠간 나좀 봅시더 하고 부른다 아입니껴. 그래서 반장 사무실로 가믄 음료수를 한잔 따라 주면서 노가다 하는데 힘들지얘. 남편없이 혼자 살믄 얼매나 외롭심니껴 하믄서 이런 이바구 저런 이바구 하다가 문을 안으로 살짝 걸어 잠구고는 날 보듬어 안고 한번 하자꼬 안캅니껴... 이거 시방 내가 안할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십니더....”

하면서 김문석 어머니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자 나는 말했다.

“같은 여자라 다 이해합니다. 어쩌면 저도 남편없이 혼자 사는 과부와 같은지도 몰라요. 어서 계속 말씀하세요.”

“처음에는 겁도 나고 해서 거절 할라꼬 하믄 반장이 하는 말이 거절하믄 일도 안시키고 쫒겨나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다꼬 아무소리 말고 살짝 한번 보듬어 안고 하자꼬 안캄니껴...

그 카믄서 바다에 배가 지나갈 때만 물결이 일렁거리지만 배가 지나가고 나면 아무른 흔적도 남지 않는다꼬 하믄서 자끄 하자꼬 안캅니껴. 그래서 안해주믄 쫓겨나 일도 못할까 싶어 한번 했는데 하고 나이까 그 뒤에도 자꾸 하자꼬 케서 한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보이 마 지금 이렇게 된 깁니더... 남편이 있다카믄 다른 남자와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되지만서도 남편없는 과부야 뭐 어떻심니껴...

그런데 하고 나이께 일을 시키는데 참말로 수월한 일만 시킨다 아입니껴.. 하루 나와서 그냥 얼쩡거리믄 한 대가리 쳐 주는기라얘. 가만 생각해 보믄 기분도 내고 돈버는 방법은 이 일밖에 없는것 같심니더... 노가다판에 과부가 일하러 오믄 반장은 반장대로 따먹을라 카고 십장은 십장대로 따먹을라꼬 조장은 조장대로 따막을려고 안캅니껴... 어떨 때는 반장보다 높은 주임도 따먹으라꼬 안캅니껴... 그래서 한번 주고 두 번 주고 짜꾸만 주고 나면 억시기 수얼한 일만 시킴니더...마 노가다가 그런줄은 지도 이제사 알았심니더.... "

“반장이나 십장이 일하러 온 여자가 과부란 걸 어떻게 압니까? ”

“그거야 노가판에서 일을 할라카믄 주민등록 등본을 띠오라꼬 안캅니껴. 주민등록등본을 보믄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 다 안다 아입니껴.”

“그렇군요.”

나는 김문석 어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쓴웃음이 나왔다. 요즘 젊은 가정주부 매춘행위가 사회문제가 되어 있는 것도 김문석 어머니처럼 쉽게 일하지 않고 돈을 벌어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하기야 남편이 벌어 오는 월급은 적고 아이들 학원비다 뭐다 쓸 돈은 많고 그러다보니 그런 유혹에 말려 들어갈 수도 있을테지 생각하면서 나는 말했다

“문석이를 오래 우리집 가정교사로 두었으면 좋겠지만 저도 사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문석이를 집으로 오라고 하셨으면 하고 이렇게 제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 일이라카믄 문석이한데 말하믄 되는 일이 아임니껴?”

“문석이한테 말 하니까 넉달만 더 있겠다고 하지 뭡니까.”

“넉 달은 와 넉 달이라 캅니껴? 주인이 그만두라카믄 그만 두야지.”

“지금까지 여덟 달을 있었으니까 일년을 채우겠다는 것 같아요.”

“일년을 채우든지 이년을 채우든지 그거야 문석이 하고 상의를 하이소. 문석이가 그칸다카믄 무신 사연이 있을끼 아입니껴....아마 다른데 취직하기가 애려워서 그카지 싶심니더.”

“어렵긴 뭐가 어렵습니까. 대학생이 평생 남의 집 가정교사로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이고 누가 대학생이라 캅디껴?”

김문석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문석이가 대학에 다닌다고 하던데요.”

“누가 그깝디껴? 중학교 밖에 안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대학입니껴? 대학엔 문앞에도 안가봤심니더. 고등핵교도 못나왔는데 대학은 무신 얼어죽을 대학이라꼬 캅니껴."

"대학생이라고 해서 가정교사로 채용했는데...“

“우째 채용했던지간에 문석인 고동핵교도 못나오고 중학교 빼기 못나왔심니더...”

“어쨌던 저에게 사정이 있어 더 이상 우리 집에 가정교사로 둘 수 없으니 문석이를 집으로 불러들려 주세요. 그말을 드릴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

"정 그렇다카믄 문석이한테 이 애미가 오라 칸다꼬 말 하이소. 나이도 애리고 중학교 빼기 안나온기 한 달에 백만원 번다카이 눈이 확 터이더니 그것도 이제는 꽝이구만...”

김문석 어머니는 김문석이 우리 집에서 가정교사를 그만두는 일을 무척 섭섭해 하였다. 큰 길까지 내려온 나는 세워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나는 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고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와 현관문을 열었다. 김문석은 안방 침대에서 혼자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허구헌날 방에서 낮잠을 자는 김문석이 요즘에 와서는 무척 얄밉고 속이 상했다. 보낼려고 해도 쉽게 말을 듣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고작 아이들에게 두 서너시간 공부를 가르쳐주고 하루종일 백수건달로 놀면서 한 달에 백만원을 주고 거기다가 침식까지 제공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 보면 나는 내 눈을 스스로 찔렀구나 싶었다. 남편과 함께 지내지 못한 외로움에 순간적인 욕정만을 생각하며 얄팍한 꾀를 부리다가 이런 역공(逆功)을 당했다고 생각하자 몹시 속히 상했다. 나는 김문석을 흔들어 깨웠다. 그는 눈을 부시시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가 무엇 때문에 그대로 있을려고 하는지 그속 마음을 정확히 알고 싶었다.

“그래 너 정말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거요? 그건 말씀드렸자나요.”

“정말 날 사랑하니?.”

“그럼요. 솔직히 말해서 강여사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좀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것보다 강여사님을 더 사랑하고 싶어요.”

“너 말야. 대학생이라고 한 말이 거짓말이지?”

“예. 맞아요.”

“왜 거짓말 했니?”

“강여사님이 좋아서요?.”

“내가 좋아서?”

“예. 정말입니다.”

“나를 꼬실려고 그랬던 것이구나.”

“그렇다고 봐도 돼죠.”

순간 나는 ‘롯데월드’의 땐스빠에서 처음 만난 김문석이 한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저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요. 춤을 추다보니 감정이 격해서 정신없이 누님을 그만 부둥껴안게 되어서....’

“가정교사로 우리집에 더 있겠다고 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니?”

“그럼요.”

“이봐.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엄연히 달라. 나는 소고기를 좋아하지만 소를 사랑하지는 않아. 그런데 너는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과 혼동하고 있는 것 같애. 그렇지?”

“아닙니다. 진짜로 강여사님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롯데월드의 땐스빠에서 춤을 추다가 내가 강여사님을 부둥껴안은 일 생각나시죠?”

“그래 생각나.”

“그때 왜 부둥껴안은지 아십니까?”

“춤을 추다가 감정이 격해서 정신없이 부둥껴안게 되었다고 했자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솔직히 말해서 강여사님의 예쁜 얼굴에 반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싹튼 겁니다.”

“너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총각이 남편 있는 여자를 사랑하다니.....”

나는 말을 잃고 잠시 멍청해졌다. 도대체 이 녀석이 왜 이러는가 싶어서였다. 속다르고 겉다른 이런 녀석을 가정교사로 집에 끌어들인 내가 애초부터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나는 남편이 있는 여자야...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그건 그림속의 떡일뿐이야. 그리고 나이도 너는 내 동생뻘 밖에 안돼.”

“사랑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나이가 무슨 상괸이냐구? 먹지도 못하는 떡을 손에 잡고 있자는 거야 뭐냐?”

“먹지도 못하는 떡을 손에 잡고 있다니요. 이미 떡은 내가 잡고 먹고 있자나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나에게 처음 섹스를 가르쳐 준 사람은 강여사님입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강여사님은 첫사랑입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에 와서야 김문석이 이렇게 당돌하게 사랑을 들고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이들 공부 두 서너시간 가르치고 백수건달처럼 이렇게 허구헌날 방안에서낮잠이나 잘 거야?”

“낮잠은 강여사님의 섹스 파트너가 되느라 몸이 피곤해서죠. 다른 일을 하라면 강여사님 팬티라도 빨아 드릴까요?”

“누가 너보고 내 팬티 빨아 달라고 했니?”

“팬티를 빨라고 하면 빨아 드리죠. 스타킹도요”

순간 나의 손이 김문석의 따귀를 한대 후려 갈겼다.

“너 이제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팬티라니.....”

“맨날 낮잠만 잔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죠. 강여사님에게 빰을 한대 맞고 나니 나도 할 말이 더 생겨 해야겠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봐!”

“사실 나는 이 집에 와서 강여사님에게 섹스를 배웠어요. 또한 나에게 섹스를 가르쳐준 여자도 바로 강여사님이구요. 이걸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나는 강여사님에게 동정(童貞)을 잃은 것입니다. 총각이란 내 순결을 빼앗아 간 사람은 바로 강여사님입니다. 말하자면 강여사님은 나의 첫사랑인 셈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강여사님과 섹스하면서 느낀 것은 이만한 여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아주 대단한 여잡니다. 그 대단한 파워가 마음에 듭니다..”

“대단한 파워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바다에 사는 뱃놈들은 그런 여자를 긴짜꾸라구 하죠.”

“뭐 긴짜꾸?”

“간짜꾸란 말은 바다에서 고기잡는 배 건착선에서 나온 말입니다.. 건착선은 사방으로 쳐놓은 거물을 가운데로 조이듯 점점 모아 들이면서 고기를 잡는 배를 말하죠. 들어왔다 하면 꽉 물고 놓지 않는 강여사님의 섹스 파워가 마음에 든다 그말입니다. 여자의 그런 파워를 뱃놈들은 속된 말로 긴짜꾸라고 하죠.”

“쳇. 이젠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솔직해야 하니까요.”

“날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니?”

“내가 이 집을 떠나기 싫어하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강여사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강여사님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이 집을 나가겠습니다. 자 약속을 해 주시죠?”

“사랑하고 안하고는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그걸 무엇으로 믿니?”

“믿지 못한다면 여기서 행동을 보여 드리죠.”

김문석은 얼른 주방으로 가더니 식도(食刀)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칼을 꼬나 들고는 말했다.

“이 칼로 내 손가락 하나를 자르겠습니다. 강여사님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다는 징표로 말입니다. 손가락을 잘라 명세를 하면 믿겠습니까?”

김문석은 칼을 더욱 높이 꼬나 들었다. 나는 이 녀석이 정말 사람을 우습게 아는구나 생각하면서 말했다.

“나는 친하게 지내던 황선엽에게 돈 일억을 사기 당했어. 그런데 내가 또 너한테 사랑을 빌미로 또다시 기만당할 줄 알구...”

순간 으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방안에 울려 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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