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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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1.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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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나는 화가 나서“누가 너 보고 이런 짓을 하라고 하든?”
하고 고함을 질렀지만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어린 것이 벌써부터 이런 짓을 하다니... 생각할수록 나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어디서 남녀가 섹스를 하는 것을 보았는지 궁금했다. 혹시 김문석이가 가르쳐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김문석에게 의심의 화살이 꽂혔다. 혹시 김문석이가 우리 재민이를 성폭행.... 아니 그럴리는 없을 거야...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이걸 어쩌지 이걸 이걸 어쩌면 좋담....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혹시나 아이들이 내가 김문석과 섹스를 하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보았을 리가 없어.. 생리적으로 흉내를 내는 것은 좋지만 김문석이가 가르쳐 주어서는 안돼.... 김문석이가 우리 재민을...혹시 성폭행이라도... 그건 안돼 그건.....

나는 마음속에서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몸이 아프고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그로부터 세 시간 후 현관문에서 벨소리가 났다. 나는 지레 남편인줄 알고 얼른 문을 열었다. 남편 박중배였다. 일년 만에 만난 남편 박중배.. 그런 남편을 보는 순간 나는 남편의 가슴에 안겨 꺼이꺼이 울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남편의 얼굴도 밝아 보였다. 바다 위에서 사느라 햇빛에 얼굴이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다. 남편은 가슴에 안긴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울긴.. 당신이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오는구만... 나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올테니 그동안 못다한 정을 풉시다.”

나는 남편에게 손에 든 가방을 받아 들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벌써 자나?

큰방에서 웃옷을 벗는 남편의 말에 나는 말했다.

“나한테 꾸중을 듣고 막 잠이 들었어요.”

“왜 무엇 때문에?”

나는 두 남매가 섹스를 하는 포즈를 취한 사실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어서요.”

“그런 일이라니?”

“아이들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신경쓰지 마세요.”

“하지만 아이들을 너무 닥달해도 기가 죽어...”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아이들에 대해선... 내가 계모라고 혹시 아이들을 학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런 일은 없을테니까요.”

“나도 당신을 믿고 있어.”

남편은 욕실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벗다가 나를 답쑥 끌어 안았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남편에게 안겨보는 셈이었다. 며칠동안 수염을 깎지 않아 까칠하게 자란 수염이 내 볼을 대빗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여보!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나도 당신이 보고 싶었어.”

“정말 당신 날 사랑해요?”

“새삼 그게 무슨 말이야?”

“날 사랑하는 마음 변하면 안되요?”

“물론이지.”

“언제 또 떠나죠?”

“한달 후에 떠나...”

“오긴 언제 오구요?”

“글쎄... 아직 그건 몰라... ”

남편이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주방에서 고기를 썰며 음식을 준비하느라 톡딱톡딱 칼질을 하고 있었다. 식탁에서 저녁상을 받은 남편은 반주 삼아 외국에서 사온 양주를 얼음에 칵텔하여 나와 마셨다. 그리고 아이들도 자고 있는 터이라 두 사람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랫만에 남편과 한 이불속에 나란히 누워 있으니 마치 신혼의 첫날밤을 맞은 것처럼 나는 가슴이 떨리었다. 술기가 약간 오른 남편이 말했다.

“냉수를 좀 마시고 싶은데..”

나는 일어나 주방에 들어가서 그릇에 냉수를 담아 왔다. 남편은 담배곽 크기의 통에서 알약 두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한 개는 남편이 먹고 하나는 나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거 먹어봐!”

“무슨 약이죠?”

“비아그라야.”

“비아그라?”

나는 뜻밖이란 듯이 물었다.

“이걸 먹으면 섹스 할 때 파워가 좋아져.”

남편의 말에 나는 말했다.

“비아그라를 여자가 먹어도 되나요?”

“성욕을 향상시키는 데는 남자나 여자나 같지.”

지금까지 나는 비아그라가 남자의 성기를 발기시키는 촉진제 정도로 알고 있었지 여자에게도 성욕을 돋구어 주는 약인 줄은 미쳐 몰랐던 것이다. 성욕을 향상시키는 약이라고 하니 나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늘따라 욕정이 충만하던 터이라 나는 남편이 내미는 알약을 입에 넣고는 물을 마셨다.

잠시후 나는 알몸으로 남편의 팔에 안겨 있었다. 남편은 고무풍선처럼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 내 젓가슴을 손바닥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숨이 막힐듯한 짜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번져왔다. 흥분이 머리끝까지 솟구치고 온 세상이 황홀한 불빛 세상에 잠기자 정말 이렇게 좋은 약도 있구나 싶었다..

‘정말 약발 받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는 벌써 두 시간이 지난후였다.

“방금 그약 또 있어요? ”

흥분을 잠시 가라 앉히면서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많이 있어...”

“정말 그약 좋군요.”

“하지만 요즘엔 중국산 가짜가 많아 잘 사야 해. 내가 가져 온 건 미젠데(미국제) 진짜야.. 한국돈으로 한 개 십만원이야. 그래도 불티나게 팔려.... 비아그라가 정력에 좋다고 하니 사람들마다 사겠다고 난리지 뭐야. 그러다가 제명대로 못살고 죽을지도 모르지....비아그라 때문에 잠을 안자고 설친다니까.”

나는 오랫만에 남편과 오랜 시간 만족스러운 시간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비록 한 달이라는 짦은 기간이지만 매일 밤 이런 만족스러운 시간이 있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남편은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자리를 한다는 핑계로 늘 밤늦게 집에 들어 와서는 혼자 그대로 혼자 시룩시룩 자곤 했다. 내가 섹스를 하자는 시스널로 몸을 집적거려도 남편은 코를 골며 잠만 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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