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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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소설] 그 여자와 멋진 남자
  • 권우상
  • 승인 2017.11.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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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다음 날도 나는 장농에 ‘비아그라’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걸 복용하여 남편과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밤마다 기다렸지만 남편은 친구와 술한 잔 하느라 늦었느니 어쩌니 하면서 이런 저런 핑계만 되면서 나와의 관계를 회피하고 있었다.

한 달도 어느새 후딱 지나고 이틀 후면 남편은 다시 배를 타고 부산항을 떠나게 되자 나는 마음이 무척 허전했다. 매일은 아니라도 이틀에 한번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는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도 고작 두 서번 밖에 섹스를 하지 않았으니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출항을 이틀 앞둔 날, 남편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밤늦게 집에 들어 왔다. 얼마나 취했는지 혀가 꼬부라져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이제 내일 외항선을 타고 떠난다면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떠나면 상당한 기간 동안은 집에 오지 못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남편의 말에 나는 당흑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말했다.

“상당한 기간동안 집에 오지 못하다니요?”

남편은 말했습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파나마 국적 선박이 부도가 나 뉴질랜드 잉카스타 선박회사로 넘어가게 되었어. 선박 국적이 바뀌다 보니 그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도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해. 그런데 선장에 한해서는 계약기간이 5년으로 되어 있고 사고가 없을 때는 재계약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선장에 대한 대우가 다른 선박회사보다 아주 월등하게 좋다는 거야. 그러니 나한테 이런 조건은 두번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야. 그런데 집에 자주 올 수 없는 이유는 뉴질랜드 국적선은 대서양에 인접한 항구만 다니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인 부산항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전연 없다는 것이야. 설사 태평양으로 항해를 한다 해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항구로만 다니기 때문에 부산항으로 들어올 기회는 거의 없어..”

팔만톤급 화물선이라면 선장과 갑판장, 기관장, 통신장, 조리장, 등을 제외하고도 선원이 무려 100여 명이나 되는데 이들에게 매달 급료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배가 하루도 운항을 중지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다른 항구로 가서 거기에다 화물을 내려 놓고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항구에서 화물이 있으면 받아 싣고 오지만 바로 싣고 올 수 있는 화물이 없으면 있을 때까지 그 항구에 정박해 있다가 화물이 나오면 그 화물을 싣고 다음 항구로 떠나야 한다. 그러다보니 일년 내내 이 항구 저 항구로 부평초처럼 떠 다녀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화물이 만선(滿船)이 되지 않을 때는 반쪽짜리(半貨) 화물이라도 싣고 인근 항구에 가서 다시 반쪽짜리(半貨) 화물을 실어 만선이 되면 그제야 목적지 항구로 떠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바다에서 살다보니 거기에 대한 대우(급료)도 육지에 비할바가 아닌 것이다.

남편이 쉽게 마도로스란 직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바다에서 몇 년만 고생하면 육지에서 십년 이상 일한 만큼 돈을 벌수 있었다. 남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쩌면 이번에 가면 영영 오지 못할지도 몰라. 아니 당신에게 실망해서 나는 이번 기회에 아주 멀리 떠났으면 싶어. 도대체 이 나라는 희망이 없어. MB 대통령 측근들이나 국회의원들 비리만 봐도 여당 야당 할것 없이 전부 도둑놈뿐이고 이 나라는 전부가 썩어서 어디 한 곳도 성한데가 없어..”

아무리 술취한 말이라 해도 나로서는 날카로운 바늘이 있는 말로 들렸다. 나는 말했다.

“당신 말대로 요즘 MB 대통령 측근들이나 국회의원들 비리를 보면 이 나라는 전부 썩어서 어디 한 곳도 성한데가 없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나에게 실망해서 이번 기회에 아주 멀리 떠났으면 싶다는 말은 무슨 말이예요? ”

남편은 혀꼬리진 소리로 말했다.

“그건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알것 아니야? .그리고 내가 떠나면 영진이와 재민이는 희정이가 데려다 키울거야. 그렇게 하기로 희정이와 약속했으니까 당신은 이제 아이들에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야.”

“계모라고 아이들에게 학대한 일도 없는데 희정이가 맡아 키우다니요? 그리고 내가 안다니 뭘 말하는 거예요?”

“이거 이러지 말어. 내가 배를 타고 외국으로만 돌아 다닌다고 날 바지 저고리로 알면 곤란해.. 정말 곤란하다구....”

“당신을 바지 저고리로 알다니요?”

“내가 그렇게 먹통인줄 알어?”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예요 당신?”

“관 두자구... 나 술 취한 사람야.”

“속이 상해 술을 마셨군요.”

“말하자면 그래. 그렇다니까... ”

“무슨 속이 그렇게 상했는지 말해 보세요. ”

“관 두자니까... ”

나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혼자 외롭게 사는데 그것도 몰라 주는가 싶어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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