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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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1.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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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공민왕 23년 9월에 왕은 자제위들을 데리고 노국공주의 정릉으로 찾아갔다.

“가지고 온 물건을 상석 앞에 내려 놓고 제사 준비를 하여라”

왕의 분부가 내리자 최만생은 제물을 상석에 차렸다. 왕은 그 앞에 조용히 앉아 합장하고 무슨 말을 중얼거리며 명복을 빌고 있었다.

왕의 용안에는 어느덧 두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자제위들도 따라 눈물을 흘렸다.

“상감마마, 그만 환궁하시옵소서”

최만생이 아뢰자 왕은 일어나더니 다시 묘소(墓所) 앞 잔디 위에 앉았다.

“만생아, 차려 놓은 음식을 가져 오너라”

최만생이 석상 위에 놓여 있는 음식을 가져가자 왕은 친히 술을 부어

“공주, 내가 왔소. 함께 먹읍시다”

하며 술을 묘소(墓所) 위에 뿌렸다. 왕은 슬픔을 참지 못하여 술을 부어 또 묘소 위에 뿌리는 일을 되풀이하여 물었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상감마마, 환궁하시옵소서”

자제위들이 몇 번 재촉하였으나 왕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가지고 온 술이나 먹고 가자”

술을 마실수록 왕의 마음은 서운함이 더해갔다. 술이 다 없어지도록 마신 후 비틀걸음으로 밤늦게야 환궁하였다.

가을의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하였다. 왕은 오늘 낮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까닭에 좀처럼 술이 깨지 않았다.

“만생아, 해우소에 가야겠다”

최만생이 등룡(燈籠)에 촛불을 담아 왕을 모시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의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공민왕은 아직도 술이 깨지 않아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최만생은 오늘 따라 술기가 깨지 않아 무슨 말이든지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상감마마,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 봐라”

“소인이 듣자오니 익비마마께서 수태하셨다 하옵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익비마마께서 수태하였다 하옵니다”

“익비가 수태를?”

“그러하옵니다”

왕은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몇 달이나 되었다더냐?”

“한 다섯달쯤 되었다 하옵니다”

“그것 참 잘 되었구나”

공민왕은 무슨 생각인에서인지 잠시 손을 꼽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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