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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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2.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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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때는 여름이었다.

이씨왕조개국(李氏王朝開國)의 일등공신(一等功臣)인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이 하루는 그의 몸종(하인)을 데리고 산천(山川)을 풍류(風流)하던 중 더위를 시킬겸 계곡에서 두 사람이 발가벗은 채 알몸으로 목욕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하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으리, 사람마다 몸뚱이는 하나에 귀달리고 눈달리고 입이 뚫어져 있는 것은 모두 똑 같은데 한 세상사는 꼴은 천충만충이군요! 누구는 남자로 태어나고 누구는 여자로 태어났는가 하면 인색한 부자도 있고 가난뱅이도 있으며 춘정(春情)을 못이겨 냉가슴 앓는 청춘과부도 있고 칼잡이 백정도 있으며 황새코빼기처럼 인중이 길고 자기가 눈 똥 자기가 찍어 먹으면서까지 오래 사는 늙은이도 있고 3살도 못살아 무덤으로 돌아가는 가련한 인생도 있으니 이런것은 다 어디로부터 말미암아 온 것인지 대감나으리께서는 아시옵니까?. 아마도 저 같은 놈은 팔자(八字)가 더러워서 이모양 이꼴로 하인노릇이나 하는가 봅니다”

그러자 정도전은

“네 팔자가 어째서?”

하고 물었다. 하인은

“어째서라니요. 어째서 대감나으리께서는 이몸의 주인 어른으로 태어나셨고 이놈은 정도전 대감의 종놈으로 태어났던 말입니까”

“하하하... 이놈봐라 네놈도 이젠 불두덩이가 탱탱해지더니 신세학(身勢學)이 생각나는 모양이구나”

“쉰네는 신세학이 뭔지 모를 일이옵니다. 어째서 대감 나으리께서는 형부상서영록대부(刑部尙書榮祿大夫)이신 운자경자(云字敬字)의 아드님으로 태어나셨고 이 종놈은 어째서 씨종 홀어미 밖에 안되는 장님의 의붓자식으로 태어났는지를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이놈아 네가 어찌 의붓자식으로만 태어났다고 하느냐”

“쉰네 이놈은 앞으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꼭 대감 나으리의 아들로 태어날랍니다”

“쉰네야!”

“예, 대감 나으리”

“너 정말 네가 어데서 왔는지 모르고 있단 말이냐?”

“네. 모르옵니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주마! 흔히들 세상만사 돌고 도는 이 세상이라 한다마는 이 말은 세상만사 돌고 돌아 양지(陽地)가 음지(陰地)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도 돌고 도는 것인데, 네나 내나 이 목숨이 어디로부터 왔는고 하니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氣)로부터 왔느니라”

“그러면 음양오행의 기(氣)는 어디 있나요?”

“하늘(天)에 있지..”

”그렇다면 하늘이 이 세상 온갖 것들을 만들어 낼 때 대감나으리도 냈고 이 놈도 냈단 말씀인가요?”

“오냐. 그렇단다”

“그래요. 그러면 하늘인지 음양오행인지 그 양반은 아주 못되먹은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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