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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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20.01.0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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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얼마가 지난 후에 강만수는 가만히 일어나서 상진(相眞)의 머리 위에 쌓여 있는 책과 돈꾸러미를 자기가 누워 자던 상진(相眞)의 발밑에 바싹 가깝게 놓고, 자기는 상진의 머리맡에 올라가서 자는 척 하고 누워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코를 다르렁 다르릉 골며 자던 정대감의 아들 상진(相眞)은

“음.....”

큰 기지개를 켜는 척하면서 자기 발밑에 있는 것을 힘껏 걷어찼다.

“첨벙........”

묵직한 물건이 강물 속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다시 조용해지기는 했으나 하늘에서 별이 내려다보고 까르르 웃는 듯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엇........

부시시 눈을 뜨고 일어난 상진(相眞)은 한참동안 입만 딱 벌린 채 아무 말을 못했다. 발로 강물에 차 넣어 분명히 있어야 책과 돈이 없어지고 마땅히 죽어 없어져야 할 머슴 강만수가 머리맡에서 코를 골며 태연히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보게, 강서방, 일어나게,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응?”

“무슨 말씀입니까?”

잠꼬대 같은 머슴 강만수의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돈과 책 말일세. 그것이 온데간데 없단 말일세”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머슴 강만수는 짐짓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간밤에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귀중한 책과 돈을 언덕 위에 놓아두면 도둑을 맞을까 걱정되어 도련님 발밑에 갖다 놓았던 것이온데, 아마도 도련님이 잠결에 발로 그만 물 속에 차 넣은 것이 분명한가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책과 돈이 없어질 리 없습니다”

생각할 수록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책이 없으면 과거를 보기 전에 무엇으로 공부하며, 돈이 없으니 아직 수백 리 한양 길을 돈 없이 어찌 간단 말인가. 참으로 난감하고 땅을 치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머슴 강만수를 나무랄 수도 없어서 상진(相眞)은 당나귀를 타고 안주(安州) 읍내로 힘없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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