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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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20.01.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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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아니 여보게 당나귀는?”

“여기 있습니다”

강만수는 눈을 감은 채 고삐 쥔 손을 내밀었다.

“아니 당나귀가 없단 말이야”

“여기 있지 않습니까?”

강만수는 여전히 고삐만을 쥔 손을 상진(相眞)의 코밑까지 내밀었다.
“눈을 뜨고 똑똑히 봐!”

상진(相眞)은 왈칵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눈을 뜬 강만수는 짐짓 놀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기랄, 어떤 못된 놈이 고삐만 자르고 당나귀를 훔쳐 갔군요. 도련님이 공연히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해서 이 꼴을 당했습니다. 내 참...이럴 수가....”

강만수가 제법 투덜거렸다.

상진(相眞)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분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하지만 당장 죽여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양까지 이대로 동행할 수도 없었다. 만약 같이 가다가는 이보다 더 큰 화를 당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다 못해 강만수를 그냥 집으로 되돌려 보내기로 했다.

“네 이놈, 보자하니 네가 나를 골탕 먹일 잔꾀를 부리는 모양인데, 너의 잔꾀가 어디까지 가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 당장 몰고를 내버리고 싶지만 종놈 신세에 초로(草露) 같은 인생을 가엾이 여겨 이대로 돌려보내는 것이니 너는 이 길로 곧장 집으로 내려 가거라”

“그러나 도련님 혼자서 어떻게 한양으로 가시렵니까?”

“어찌 가던 내 걱정은 말아라”

정대감의 아들 상진(相眞)은 강만수를 먼저 돌려보내게 된 사연을 자세히 적어 부친께 전하려고 지필(紙筆)을 꺼내 쓰려다가 문득 생각하니 강만수가 이것을 가지고 내려가다가 무슨 잔꾀를 부릴지 알 수 없으므로 잠시 생각한 끝에 이렇게 말했다.

“네 이놈, 저고리를 벗고 뒤로 돌아서거라”

강만수가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손이 미치지 않는 잔등에 쓰기 위해서였다.

“네”

강만수는 저고리를 벗고 돌아섰다. 상진(相眞)은 붓에 먹을 듬뿍 찍어 강만수의 등에 다음과 같이 썼다.

- 前略, 이놈 강만수로 인해서 잃지 않을 책과 돈을 잃고, 잃지 않을 당나귀도 잃었사오니 집에 돌아가거든 즉시로 하인을 시켜 죽여 없애도록 하옵소서. 小子 相眞 上書 -

쓰기를 마친 상진(相眞)은 다시 강만수에게 엄히 일렀다.

“집에 돌아가거든 곧 대감을 뵈옵고 네 등에 쓴 글을 보여드려라. 알겠느냐?”

“예, 염려마십시오”

이리하여 정대감 아들 상진(相眞)은 한양길로 떠나고 머슴 강만수는 집을 향하여 떠났다.

강만수는 한양 구경을 못하게 된 것이 여간 원통한 일이 아니었으나 별도리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올라올 때보다는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가는 동안에 웬지 등에 써준 글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를 칭찬한 글이 아님은 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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