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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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1.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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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편 아진타왕의 동생 거타지(巨他之)는 마차(馬車)를 타고 남쪽으로 산길을 계속 달리자, 눈앞에 넓은 벌판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계속 달려온 터이라 말들도 지치고 사람도 지쳤다. 거타지는 잠시 쉬어갈려고 마차를 세웠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거타지가 묻자 승상 마천우는 조금만 더 가면 졸마국(지금의 진해)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떠날려고 하는데 고화(高花)에게 복통이 왔다. 거타지는 급히 부인곁으로 다가서자 고화는 배가 아프다고 신음을 했다. 처음에는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아프다고 하는걸 보니 아마도 산통인 것 같았다.

거타지는 급히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마차안에 산실을 준비하자 양수가 터졌다. 잠시 쉬었다 다시 떠날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마차 위에서 고화의 출산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의 진통 끝에 드디어 여자 아이를 낳았다. 거타지는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는 안도감으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고화의 손을 꼭 잡고 고생이 않았다고 하면서 무탈하게 순산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고화(高花)는 송구스럽다고 했다. 포대기로 폭 감싸안고 곧 바로 출발해야만 했다. 언제 또 다시 다라국 군사의 추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빨리 국경을 넘어야 했다. 거타지와 그의 일행을 태운 마차는 다시 남쪽을 향해 험준한 산길을 달렸다. 한참을 더 달려서야 국경을 가로 질러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제 국경을 넘었으니 일단 다라국 군사들의 추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마천우의 말에 거타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거타지는 일행과 함께 천막을 쳤다. 그리고는 산모와 어린아이를 천막 안으로 옮기고, 강물을 떠다가 장작불을 피우고는 물을 따뜻하게 데워 어린애를 목욕시켰다. 거타지는 마천우, 걸우찬, 배처 등 삼공과 상의한 끝에 아이 이름을 미파(美巴)라고 지었다. 거타지는 천막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려 보니 길게 흐르는 강줄기를 가운데 두고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고, 멀리 염소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때 저 멀리서 말을 탄 일단의 무리들이 이곳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거타지는 다라국의 군사들이 추격해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거타지 일행들은 지쳐있고, 아이를 낳은 고화를 데리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산모를 두고 도망갈 수도 없는 일이라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로 거타지는 신하에게 칼과 활을 가져 오라고 하였다. 칼을 허리에 차고 활통을 등에 가로 메고, 왼 손에 활을 들었다. 마천우, 걸우찬, 배처도 무장을 나고 나섰다. 장차 왕이 될 거타지를 모시고 있는 장수로써 적과 싸우는데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거타지는 지금 이쪽으로 달려오는 무리들이 다라국 군사라면 싸울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각오를 했다. 거타지는 신하들을 무장시키고, 각오를 단단히 한 후 말을 타고 달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섰다. 거타지는 신하들에게 싸울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자 신하들은 싸워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결전을 다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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