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3.1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9.

말먹이 풀과 식량을 날아 오면서 거타지왕은 성밖에 군막을 치고 장기전에 들어갔다. 닷세가 지나고, 엿세가 지나도 성벽을 돌파할 수 없자 탁순국 군사들은 나른 풀과 땔감 나무를 산더미처럼 성벽 아래에 쌓아 놓고 불을 붙이자 연기와 불꽃이 성벽 위로 피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생솔잎을 베다가 가져와 불을 지피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고차국 군사들의 시야를 가리었다. 검은 연기 때문에 아래를 볼 수 없는 고차국 군사들은 연기와 뜨거운 불꽃으로 탁순국 군사를 향하여 재대로 화살을 쏠 수가 없었다. 온 성벽이 마치 불길속에 잠긴 듯 하였다. 게다가 성문을 열기 위해 성문 앞에다 나른 풀과 땔나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엿세동안 계속 불을 지피자 성문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성문이 불에 타 허물어지자 탁순국 군사들은 일제히 와! 함성을 지르면서 성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탁순국(卓純國)의 두 갈래 기마군(騎馬軍)은 어지럽게 달아나는 고차국(高嵯國 : 고성) 군사들을 뒤쫒기 시작하였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도륙하라!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하면서 선봉에 선 거타지왕(巨他之王)의 고함소리가 들리자 탁순국(卓淳國 : 진해) 군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고차국 군사들을 창칼로 마구잡이로 참살하였다. 죽은 사람의 피가 도랑물처럼 흐르고 고차국 군사들의 아우성 소리와 비명소리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고차국 구다왕이 달아나자 거타지왕은 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세로 소리치며 뒤따라 구다왕을 덮쳐왔다. 구다왕은 깜짝 놀랐다. 급히 창을 들어 거타지왕과 맞섰으나 겨우 3합을 채우고 거타지왕의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말 등에서 떨어졌다.

이에 앞서 남쪽 변방에서 방어를 하고 있던 고차국 군사들은 탁순국 군사들이 나타나자 창칼을 꼬나들고 달려 들었지만 고차국 군사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여 탁순국 군사들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크게 패하고 말았다. 전쟁에서 겨우 살아나 도망친 자가 불과 수십명에 불과 하였으니 고차국(고성) 군사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