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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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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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3부 소환소동(虎患騷動)

거타지왕이 생존시 미모의 윤화를 첩실로 맞았지만 나이가 많은 탓인지 아이를 낳지 못했고 부왕이 죽자 거연무는 윤화와 성관계를 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거우위(巨優位)였고, 아명은 위궁(位宮)이다. 거연무왕은 아들을 얻자

“이는 하늘이 내리신 것이다!”

하며 기뻐하였다. 그리고 윤화를 자신의 후실로 삼았다. 왕자 거우위가 열 두살이 되는 해였다. 나라 안은 전쟁이 없어 비교적 평온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의 인간세상을 시기해서인지, 인화(人禍)가 없는 다라국에 난데없는 호랑이가 속출해서 민심이 어지러웠다.

“용주골에서는 한낮에 행인이 잡아 먹혔다는구만..”

“댓골에서도 계집애를 물어 갔다는데.”

“호랑이가 한 번 사람을 잡아 먹으면 그 맛에 취해서 자꾸 자꾸 해친다는데 이거야 큰 일이 아닌가 말여..”

마을마다 호랑이 얘기가 떠돌았고, 집집마다 문풍지만 바람에 부르릉 소리가 나도 호랑이가 오지 않았나 하고 벌벌 떨었다. 모든 산에는 낮에도 나뭇꾼이 가지 못했고. 평지의 길에도 행인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밤이면 어른들도 뒷간에 가지 못할 정도로 다라국 백성들은 겁에 질러 있었다.‘산짐승은 불빛을 무서워한다는 상식에서 마당에 장작불을 피우는 집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불을 피워놓은 집에 문제의 호랑이가 뛰어들어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었으나 돼지를 물어 죽이고 개를 물어 갔다.

“그놈의 호랑인 불도 저를 쫓는 줄 알고 노한 모양이다.”

하고 밤이 되면 등잔불까지 켜놓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각 지역 마을에는 불 꺼진 암흑 속에서 인심마저 공포에 시달려 마치 얼어붙은 얼음장같이 되어 버렸다. 동네마다 산신제(山神祭)를 올려서 호환(虎患 : 호랑이의 재앙)을 없애 달라고 애원했다. 나라에서는 산모퉁이 길목마다 군졸들을 배치해서 호랑이를 잡으려 했고 행인을 보호했다. 그리고 나라에서는 유명한 포수를 뽑아서 호랑이 포획에 나섰다. 괴상한 짐승 한 마리가 천하를 뒤흔들어 놓은 희대(稀代)의 호환(虎患)소동이었다.

그러나 호랑이 수색에 나선 포수까지 호랑이의 밥이 된 뒤로는 더 큰 공포에 떨게 되어서 산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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