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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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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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어머니와 끝없는 말다툼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 송빈은 식칼과 도끼를 집어들고 산쪽을 향해서 쏜살같이 뛰었다. 그 길로 송빈은 아버지가 싸우다가 잡혀 죽었다는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 주변을 살펴 보았다. 우선 아버지의 시체를 찾아 놓은 뒤에 호랑이를 찾아 싸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먼저 찾으려던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기도 전에 그 장소에서 호랑이 송장을 발견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자세히 보니 그것은 죽은 호랑이 송장이 아니라 잠자고 있는 살아있는 호랑이라는 것을 알고 주춤했다. 왜냐하면 가까이 가서야 호랑이 코고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놈인 줄 알았더니 살아서 자고 있구나. 네놈이 죽었으면 내 손으로 아버지 원수를 갚지 못했을 텐데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이것도 하늘이 나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베풀어 주신 좋은 기회다’

그런 생각을 한 송빈은 호랑이 머리에 도끼날을 내리쳐 박으려고 도끼를 둘러 메었다.

“이 흉악한 짐승놈! 네놈이 우리 아버님을 죽인 원수놈이지! 어서 눈을 뜨고 내 복수의 도끼를 받아라!”

큰 소리로 잠자는 호랑이에게 호령해서 잠을 깨웠다. 그래도 호랑이는 잠만 자고 있었다. 초조해진 송빈은 큰 돌을 하나 집어서 힘껏 터질 듯이 통통한 배에 던졌다.

“드르릉!”

더 크게 코만 골고 눈은 뜨지도 않았다. 송빈은 또 다시 돌로 머리를 힘껏 때렸다.

“크응!”

그제서야 눈을 뜬 호랑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다가 쿵 하고 쓰러졌다. 호랑이는 쓰러진 채 도끼를 둘러메고 제 앞에 서 있는 송빈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다시 일어나서 덤빌 기운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놈, 죽기 전에 똑바로 보고 알아 두어라! 내가 바로 어제 너 때문에 돌아가신 어른의 아들이다! 이놈 똑똑히 기억하거라.”

당당하게 말하고 달려 들어서 아가리만 딱 벌리고 으르릉대는 호랑이 머리를 도끼로 힘껏 내리쳤다. 정통으로 이마를 한 대 맞은 호랑이는 머리를 픽 옆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송빈은 번개처럼 달려들어서 그 황소만한 호랑이를 타고 앉아서 허리에 꽂았던 식칼을 빼어 목에 힘껏 찔러 박았다. 뜨거운 피가 분수처럼 뿜어 올랐다. 이제는 완전히 호랑이를 잡아 죽이고 원수를 갚았다.

“아버지, 제가 원수를 갚았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이 광경을 보고 뛰어나와 자신을 칭찬해 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산속은 간간히 실바람만 지나갈뿐 적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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