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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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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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저도 그 호랑이가 왜 그 모양으로 저한테 맞아 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용담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으나

“거 참 이상하군. 아마 하느님이 호랑이에게 벌을 주어서 병신을 만들어 놓고 효자의 원한을 풀어주신 게 아닐까.”

무엇이든지 효성 때문이라고 해석하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 점도 있겠지만 호랑이가 사람의 고기를 포식하면 취해서 오랫동안 자야 한다더니 그것이 정말인 모양이군.”

두 가지 이유가 모두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방문객들이 돌아간 뒤에 송빈은 비로소 어머니에게 가매장한 지점에 새로 산소를 쓰고 그날부터 그 앞에 묘막을 짓고 3년 간 시묘하겠다는 의향을 말했다. 산에서 돌아왔을 때는 미처 그런 말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너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고 아버지가 안 계신 이 집의 가장(家長)이다. 더구나 효성에서 우러난 네 생각이니 더 할 말이 있겠느냐.”

호랑이 잡으러 간다던 때는 아주 어린애로 보여서 한사코 말리던 어머니의 눈에도 이제는 천하제일의 장사요, 하늘이 낸 효자라고 우러러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를 못 모시고 홀로 집에서 고생하시게 할 생각을 하니 죄송합니다.”

“별 말을 하는구나. 아버지한테 하는 효도가 바로 어머니한테 하는 효도가 되지 않느냐.”

“제 마음을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은 송빈은 장례와 묘막살이 준비 때문에 5일장으로 하고 산에 가매장한 그 장소에서 묘막살이를 시작했다. 며칠 후에는 조정에서 호랑이를 잡은 상품으로 많은 쌀과 비단이 전달되었다. 송빈은 그 영광을 아버지 묘전에 보고하고 새로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런 나라의 은상(恩賞)으로 어머니의 3년간 생활도 보장되었기 때문에 송빈은 안심하고 시묘살이를 했다.

어느 날 밝은 밤에 묘막에 엎드려 울다가 잠이 들었는데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아버지가 나타나서 평소에 좋아하던 시(詩) 한 수를 읊었다.

숲을 헤치고 여기 효자의 묘막을 와서 보니

기쁨과 슬픔에 넘쳐 흐르는 눈물이 한량 없구나

날마다 다듬는 봉분에 흙이 새로우니

여기 오는 달도 밝고 바람도 맑도다

살아서 봉양하고 죽어서는 시묘를 지켜주니

시종여일한 효도가 없다는 말을 누가 할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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