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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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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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아버지!”

송빈은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 들었다. 그 순간 자기 음성에 놀라 눈을 뜨고 보니 산중에서는 밝은 달빛이 흐를 뿐이었다.

‘아! 아버지 영혼도 내가 이렇게 묘막에서 모시는 정성을 알아 주셨구나!’

그에게는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의 효성을 몰라준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의 영혼이 편하게 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무한한 행복이라고 송빈은 생각했다. 또한 세상에서 아무리 효자라고 칭찬하고 상을 주더라도 꿈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시(詩) 한 수에 미치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렀다.

시묘로 3년상이 끝나자 거연무왕(巨淵武王)은 곧 송빈을 불러 청했다.

“이제 3년상을 모셨으니 약속대로 관아에 출사하라.”

“3년 전 말씀을 잊지 않으시고 이 미욱한 소인을 후대하시니 황공하옵니다.”

“너 같은 인물을 이런 시골 관아에서 쓰는 건 아깝지만 우선 여기에 있으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거라.”

더욱 고마운 거연무왕의 말이었다. 이에 감격한 송빈은 지방관아의 공무를 배우면서 글 공부도 했다. 천하에서 글 잘하는 수재들이 등용문에 오르기를 다투는 명예로운 마당이 대궐안에서 벌어졌다. 이윽고 과거장에 시제(詩題)가 걸렸다. 제목은 [情多感淚無窮]의 여섯 글자였다.

시제(詩題)를 본 송빈은 감짝 놀랐다. 이 우연한 행운의 글 제목에 감격했다. 그것은 분명히 자기가 아버지 3년상으로 시묘살이 할 때 그 여막(廬幕) 속 거적 뒤에서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들었던 아버지의 영혼이 옲은 시(詩) 한 수 속의 한 구절이었다. 송빈은 자기가 호랑이를 잡은 사실을 육자부(六字賦)의 서사시(敍事詩)로 붓에 먹을 찍어 달필(達筆)로 적어서 올렸다. 그 진실감이 절박한 부자지간의 미담(美談)은 시관(試官)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고, 그래서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뽑혔다.

“어린 송빈이 우수한 성적으로 뽑혔다!”

이런 말이 다라국 백성들의 입에 회자(膾炙) 되었다. 거연무왕(巨淵武王)은 이 효자를 친히 불러서 대궐 안 연못가에서 잔치를 베풀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송빈의 효성은 하늘이 내신 효도이지만 문장이 또한 이렇게 뛰어남에는 진정 놀랐다. 우리 다라국에 이런 효자에 이런 문장을 겸한 인재를 얻은 것을 한 없이 기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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