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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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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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나는 이렇게 오래 있어도 물고기 한 마리 잡을 수 없는데 어르신은 어찌하여 물고기를 잘 잡으시오?”

하고 거우위왕(巨優位王)이 묻자 촌로는

“본시 사람에게는 좋은 운과 나쁜 운이 있는데 운이 좋은 날은 하고자 하는 일이 순조롭게 잘 되지만 운이 나쁜 날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자칫 나쁜 재앙도 당하게 되는 법이오. 오늘은 내가 운이 좋아서 고기를 잡으러 나왔는데 그래서 이렇게 고기가 잘 잡히는가 보오.”

하였다. 그러자 거우위왕(巨優位王)은

“그렇다면 좋은 운과 나쁜 운을 어떻게 아시오?”

하고 묻자 촌로는

“그건 그 사람의 팔자대운을 봐야 합니다.”

“그럼 내 팔자대운을 한번 봐 주시오.”

“여기서는 볼 수 없고 집에 가야 볼 수 있소.”

“어르신 집이 어딘지 모르나 지금 가서 내 팔자대운을 한번 봐 주시오.”

“지금은 집에 갈 수가 없오.”

“왜 그러오?”

하고 거우위왕이 묻자 아직도 해가 질려면 멀었는데 해가 질 때까지 고기를 잡으면 엄청나게 많이 잡을텐데 지금 집으로 돌아가면 고기를 많이 잡을 수가 없어 자기가 손해라고 하였다. 거우위왕은 마음속으로 손해 본 만큼 보상을 해 주면 안되겠느냐고 말해 볼려다가 왕이란 신분이 알려질까봐 할 수 없이 촌로가 물고기를 다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해질 무렵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피라미 새끼 한 마리 잡히지 않는 낚싯대를 바라보며 해가 서산에 기울기를 기다렸다. 이를 지켜본 신하 둘은 화가 잔뜩 났다. 왕인 줄도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게 하는 촌로의 행동이 괫심하기 때문이었다. 참다못한 신하 하나가 촌로에게 고함을 냅다 질렀다.

“이보시오! 이 분이 누구신줄 아시오?”

하자 거우위왕은 제빨리 입을 막으며

“어허 너는 가만 있거라!”

하자 신하는 말을 할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촌부는

“누구이던 내가 알봐 없으니 팔자대운(八字大運을)을 알고 싶으면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던가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지 않아도 되오.”

하면서 다소 오만한 태도로 물고기만 낚아 올리고 있었다. 신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왕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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