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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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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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거우위왕은 마음 속으로 촌부가 한 말을 곱씹으며 좋은 운이라야 저렇게 물고기가 잘 잡히는가 싶어 어서 빨리 자기에게도 좋은 운이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었다. 거우위왕은 신하와 함께 기다리다가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촌부의 집에 왔다. 촌부의 집은 강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었는데 초라하기 짝이 없었고,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촌부는 신하 둘을 별채에 머물게 하고는 방안에서 조그마한 상을 앞에 두고 왕과 서로 마주 않았다. 그리고는 생년월일시를 묻고는 팔자대운을 뽑았다. 촌부는 역술에 능통한 양범우(凡雨)라는 사람이었다.

四柱 己(기) 乙(을) 甲(갑) 甲(갑)

巳(사) 亥(해) 子(자) 子(자)

大運 甲(갑) 癸(계) 壬(임) 辛(신) 庚(경) 己(기)

戌(술) 酉(유) 申(신) 未(미) 午(오) 巳(사)

양범우(梁凡雨)는 팔자대운을 보자 깜짝 놀랐다. 제왕(帝王)의 팔자이기 때문이었다. 갑자일(甲子日)이 갑자시(甲子時)를 만나 귀명격(貴命格)이 되었다. 또한 인수(印授)가 많아 신왕(身旺)한데 대운이 서방관왕지(西方官旺地)라 어릴 때에 대귀발신(大貴發身)하였으니 제왕의 사주팔자가 분명하다. 5살 서방운(西方運)에 태자가 되어 신미경운(辛未庚運)까지 30년간 왕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갈 팔자대운을 타고 났다. 그러나 40살 오대운(午大運)에 왕(旺)한 자수(子水)를 충극(冲剋)을 받으니 일생의 영화가 끝날 것으로 보였다. 이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함부로 발설할 수가 없어 혼자 속으로 짐작만 할 뿐 비밀에 부치어 발설하지 않았다. 양범우는 일어나 거우위왕에게 두번 큰 절을 하였다. 그러자 거우위왕은 어리둥절하여

“아니 어찌 나에게 절을 하시오?”

“대왕!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대왕인줄 모르고 큰 죄를 지었으니 사죄드리옵니다!”

“나를 대왕이라니 그걸 어찌 아시오?”

“팔자대운에 나타나 있사옵니다. 대왕께서 백성의 옷으로 변장을 하고 강으로 낚시를 오시는 것도 몰랐으니 사죄드리옵니다. 용서하시옵소서!”

하고 양범우는 다시 한번 절을 하였다.

“변장을 했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한데 사죄 할 일이 무어 있겠소. 내가 왕인줄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너무 죄스럽게 생각하지 마시오. 그래 나에게 좋은 운은 언제요?”

하고 거우위왕(巨優位王)이 묻자 양범우는

“오늘 일진은 정사(丁巳)일이라 운이 좋지 않사옵니다만 사흘 후에는 일진이 경인(庚寅) 신묘(辛卯)일이라 운이 좋아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잘 될 것이옵니다. 운이 좋은 날에 낚시를 하시면 많은 물고기가 잡힐 것이옵니다. 소인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한번 시험해 보시옵소서.”

하였다. 거우위왕은 그러면 사흘 후에 다시 오늘 낚시를 하던 그 자리에 와서 낚시를 할터이니 그렇게 알라고 하자 양범우는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자기도 그날 강으로 나가 대왕을 뵈겠다고 하였다. 사흘 후 거우위왕은 낚시를 하기 위해 강으로 나갔다. 사흘 전과는 달리 거우위왕은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어가를 타고 행차하였다. 거우위왕은 사흘 전에 낚시를 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낚싯대를 놓고 않아 있는데 잠시 소란이 일어났다. 거우위왕은 신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신하는 어떤 촌로가 왕을 뵙겠다고 하여 되느니 안되느니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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