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4.28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7.

사주명국상 충(沖)이란 부딪치는 것인데 천간(天干)에서 생기면 간충(干沖)이라 하고 지지(地支)에서 생기면 지충(支沖)이라 한다. 이는 부딪치므로 마찰되어 충격을 가하는 뜻이므로 사주에 충살이 많으면 그만큼 갖가지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나 자연의 기(氣)로 뭉쳐져 있기에 이때 인간의 기와 자연의 기(氣)를 서로 상극되는 것끼리 부딪치게 하는 충격요법을 산모에게 쓰므로 자연순산 하게 되는 출산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산모가 진통만 거듭하고 출산을 못하고 있을 때 현재 시각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 누우면 상극하고 있는 충(沖)의 방향이 되어 곧 순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양범우는 이용할 생각이었다.

지금 해가 서쪽으로 막 넘어가고 있었다. 양범우는 마음속으로 산모가 서방금쪽에 머리를 두고 누워 있으니 순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레 짐작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산모의 머리를 동쪽으로 돌려서 눕혀 보십시오!”

동쪽은 해가 뜨는 위치를 말한다. 그 말에 궁녀들은 산모(왕후)를 부축해 일으키고는 이부자리의 머리쪽을 해가 뜨는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는 다시 산모를 눕혔다. 양범우는 동쪽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가슴에 얹고는 잠시 주문을 외우듯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천지신명이시여! 대 다라국 왕후마마께서 순산하시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어서 빨리 순산하시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천지신명이시여! 어서 순산하시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대 다라국의 왕후이옵니다. 어서 도와주시옵소서! 천지신명께서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옵니까. 대(大)다라국 왕후마마께서 위급하시니 어서 도와 주시옵소서!..”

몇번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양범우는 왕후에게

“왕후마마! 이제 힘을 한번 크게 써보십시오.”

하자 궁녀 한 하나가

“마마! 힘을 써보시라고 하옵니다. 힘을 써시옵소서..”

하자 왕후는 이를 악물고 불끈 힘을 썼지만 아기는 좀처럼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양범우는

“다시 한번 힘을 쓰십시오!”

하자 궁녀 하나가

“마마! 다시 한번 힘을 쓰시옵소서!”

하자 왕후는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아랫배에 크게 힘을 썼다. 그러나 아기는 좀처럼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또 한번 힘을 쓰는가 했더니 다시 한번 힘을 쓰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연거푸 산모가 힘을 쓰는 것을 보면서 양범우는 거우위왕에게

“대왕! 이제 곧 순산하실 것이옵니다. 아녀자들만 있게 하시옵소서.”

하자 거우위왕은 양범우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