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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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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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서량은 종이가 없으면 어디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그렸다. 아직도 많이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꼭 종이가 아니라고 어디든지 공간만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 마당, 벽, 바위, 모래밭, 골목길 등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보면 어디든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량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다. 서량은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반드시 화가가 될 것이라고 결심했다. 집이 가난해서 그림을 가르쳐 주는 스승에게 배울 수는 없지만 제 스스로 혼자 그림을 잘 그릴려고 열정을 다 쏟아 노력했다.

서량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는 호미. 막대기 붓들인데 길이나 밭에 그림을 그릴 적에는 호미를 사용했고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 때는 막대기로 그렸고, 치자와 같은 천연 물감으로 벽이 그림을 그릴 때는 붓으로 그렸다. 그러다 보니 서량이 가지고 있는 화구(畵具)라고는 붓, 호미. 막대기 뿐이었다.

서량이 열 네 살 때,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 들었다. 다라국에서 그림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온 나라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모여서 누가 그림을 잘 그리는지 이른바 시험을 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에서 마을마다 그림 대회가 열렸고 거기에서 뽑힌 사람은 다라국의 도읍지인 합천에 와서 그림솜씨를 겨루는데 서량이 마을에서 뽑혀 최종 결승전에 나갔다. 이 대회는 나라에서 실시하는 큰 행사였다.

넓은 궁궐 마당에는 전국에서 뽑혀온 예비 화가들이 사 십여명 모였다. 서량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이 대회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중국(후한)에 유학을 갈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그래서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가 그림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서량은 이 대회에서 산수화 두 점과 노송(老松) 다섯 점을 그려서 최고의 그림으로 뽑혀 중국(후한)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서량은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와 있던 중국 사신을 따라 후한으로 가게 되자 중국 사신도 서량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과연 천신의 화필입니다. 서량이야 말로 대단한 화신(畵神)입니다.”

연신 고개를 돌려 서량이 그런 노송도를 보고 또 보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거우위왕도 서량의 그림 솜씨에 감탄하여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서량은 중국에서 가서 그림 공부를 하고 오면 다라국(多羅國)에서 최고의 화가가 되겠다는 꿈 을 가슴에 안고 중국(후한)에서 온 사신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이 무렵 중국(후한)은 광무제가 통치하는 시대였다. 서량은 사신들과 함께 중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서량(徐亮)은 남해 바다에서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배에 사신들과 함께 올랐다. 사신들은 물론 서량도 화살을 어깨에 매고 언제 당할지 모르는 해적의 출몰에 대비했다. 이들의 신변을 우려하여 호위무사 2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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