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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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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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그런데 출항을 앞두고 매서운 폭풍은 며칠 째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그 기세를 더해 가는 것만 같았다. 중국(후한)으로 가는 서량의 일행은 바다에서 만난 이상한 구름의 조화로 벌써 이곳 흑도에 표류한지 십 여일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폭풍은 날로 심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일행은 저마다 답답한 마음으로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었다. 호위무사들을 제외하고는 배에서 가장 우두머리격인 늙은 뱃사공은 배가 흑도에 표류하던 그날부터 묵묵히 저 혼자의 생각에 잠겼다. 어려서부터 바다에서 잔빼가 굵은 사공은 아무래도 이번 일이 예삿일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풍을 몰고 온 구름의 모양도 이상했거니와 이렇게 며칠이고 비바람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폭풍은 날로 심해지기만 할 뿐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며칠을 작은 동굴 속에서 날씨가 개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솔거 일행은 저마다 답답한 마음이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늙은 사공은 한참을 망설이는 눈치더니 조심스럽게 서량 앞에 와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폭풍은 다른 폭풍과는 조금 다른 듯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뱃사공의 말에 서량(徐亮)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이상한 느낌이라니? 뭐가 이상하다는 말이오?”

뱃사공이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소인의 미천한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 폭풍은 용신의 재앙이 아닌가 합니다.”

“용신의 재앙이라니? 으음..그렇다면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송구하오나 서량 화공께서 친히 용신에게 제사를 드리면 무슨 방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뱃사공의 말을 들은 서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벌써 며칠 째 이렇게 몰아치는 폭풍우라면 언제 배를 띄워 후한(중국)에 도착하겠으며 또 이 섬에서 마냥 이대로 눌러 있다가는 가져온 식량도 다 떨어질 것이었다. 오늘의 뱃길도 자신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기에 서량은 곧 모든 일행들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비를 맞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용신(龍神)에게 몸소 제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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