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22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1.

그러자 잠시 후 노인의 말처럼 하늘에서 흘연히 나타난 사미승이 연못 주위를 돌며 다라니경(多羅尼經)을 외우자 연못위로 용(龍)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미승은 입맛을 다시며 그 중 한 마리를 연못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서량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숨소리를 죽이고 활을 겨누었다. 가슴이 터질듯이 두근

거렸지만 정신은 조금씩 또렷해져 활시위에 팽팽하게 힘이 들어갔다.

숨을 멈춘 다음 서량은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시위를 떠난 활은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가 사미승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사미승은 비명조차 없이 그대로 꼬꾸러졌다. 서량이 달려 가자 이미 사미승은 사지를 부들부들 떨면서 붉은 피를 입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자가 서량은 다시 한번 놀랐다. 죽은 사미승은 다름아닌 늙고 커다란 여우였다. 서량(徐亮)이 놀라 그 자리에 우뜩 서 있는데 어제의 그 노인이 다시 나타나더니 서량 앞에 무릎을 꿇었다. 노인은 아내와 딸인 듯한 두 사람과 함께였다.

"고맙소. 무엇으로 이 은혜를 보담하겠소.“

서량은 얼른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렇게 사악한 짐승은 죽어도 마땅합니다.”

노인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앉아 옆에 서 있는 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은 어리고 보잘 것 없는 아이지만 그대가 거두어만 준다면 평생토록 그대를 하늘처럼 받들고 지아비로 모실터이니 그것으로라도 이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오. 그렇게만 해 준다면 우리 두 늙은 내외는 여생을 편하게 살 것 갔소.”

서량은 노인의 딸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빼어난 미모의 여인으로 천하 절색 중의 절색이었다. 눈부시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얼굴을 붉히는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서량은 이 여인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 여인을 데리고 온 사연을 말하자 부모님도 이 노인의 딸과 부부인연을 맺기를 허락하였다. 심한 풍랑으로 중국(후한)으로 유학을 가지 못한 서량은 열심히 화필을 들었다. 이때 그린 그림이 용신미녀도(龍神美女圖)였다. 서량이 용신(龍神)의 딸과 부부인연을 맺게 된 내용이 담긴 그림이었다.

서운세의 아들 서량이 젊은 미모의 여인과 부부인연은 맺었다는 말을 들은 부성지는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 서운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화필을 묵혀 두기가 아까워 이젠 하늘이 나서서 자네의 아들에게 용신의 딸과 부부인연을 맺게 해 주었구만..자네 대신 아들이 붓을 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게 되었으니 이 또한 하늘이 도운 것이 아닌가.“

부성지가 용신(龍神)의 딸이라는 서량의 부인을 보니 그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이때 다라국(多羅國)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저 있었다. 다라국이 신라를 먼저 침공한다느니 신라가 다라국을 침공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온 나라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