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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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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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장군을 선발하는 무술 시합이 곧 시작되는 듯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인 가운데 무술을 겨눌 장정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여기에 나온 장정들은 그동안 장군이 되기 위해 부단히 실력을 연마해 온 예비 무사들이었고, 그 중에는 이미 무사로서의 창검이나 활을 잘 쏘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장정들도 있었다. 좌중에는 무술 실력을 심사하는 다섯 명의 장군이 앉아 있었고, 그 가운데 상석(上席)은 아직 비어 있었다. 오늘 이 행사에서 심판을 맡은 장군은 주두길(周斗吉)이었다. 이윽고 무술 시합이 시작되자 자리에 앉았던 주두길이 일어나 군중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곧 무술 실력을 겨누는 행사가 시작될 터이니 다들 조용히 해 주시오!”

군중들의 소란이 뚝 그쳤다. 장내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몇몇 장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거우위왕이 나타나자 좌중에 있던 장군들이 일어나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었다. 거우위왕은 비어 있는 상석에 앉았다. 주두길은 거우위왕 앞으로 한 발 다가서더니 왼 손을 가슴에 얹어 정중하게 군예를 표하고는 군중들을 향해 근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장군을 뽑는 이 행사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장정들이 와 있오이다. 지금 나라의 정세는 매우 어수선 하오이다. 주변나라들이 전쟁을 하고 있소이다. 우리도 이제 힘을 키워야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

오. 오늘과 같은 난국에서는 오르지 강한 자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 무예가 출중한 장정들을 뽑아 장군으로서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자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했소이다. 하니 이 기회에 무예가 출중한 장정들은 자기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모처럼 장군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라오!”

와! 하는 군중들의 함성소리가 온 장내를 뒤흔들었다. 장군 주두길(周斗吉)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검투부터 시작하겠소이다. 검투는 두 사람이 대결하는 방법으로 하는데 어느 한 쪽이 패할 때까지 계속해서 싸움을 하는데 진 사람은 탈락되고 이긴 사람은 다시 이긴 사람끼리 대결해서 모두 거기서 최종 이긴 사람을 장군으로 뽑을 것이오. 그러므로 한번 패하면 올해에는 다시 기회가 없으니 다들 목숨을 내놓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서 싸워주기를 바라오. 처음 시합을 할 사람을 호명할터이니 앞으로 나오시오! 박가웅. 최순돌.....”

장정 둘이 나왔다. 서로 마주 보고 허리를 굽혀 예의를 표하더니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둥! 하고 크게 한번 울리자 두 장정은 무서운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칼을 겨누었다. 잠시 서로를 탐색하는 매서운 눈매와 몸 동작이 이어지더니 칼날의 섬광이 번득이며 서로의 목을 겨누는 긴장감이 흘렀다. 쨍그랑! 하는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으나 아직 승패는 나지 않았다. 칼을 쥔 두 사람의 손에서는 땀이 흐르고 눈빛과 예리한 칼날이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숨가쁜 검투였다.

야앗!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짱그랑! 하고 허공에 수차레 울려 퍼졌다. 3합(合)이 지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비장한 각오로 입술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 채 공격과 방어의 자세로 상대방의 허를 찌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눈빛이 무섭게 발산되고 있었다. 쨍그랑! 하고 칼날이 부딪쳤으나 승패는 나지 않았다. 5합이 지나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다시 야앗!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쨍그랑! 하고 허공에 울려 퍼졌다. 7합 9합이 9합을 거치면서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 되었다. 검투는 16합이 되어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18합이 되면서 최순돌은 칼을 꼬나들고 얏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상대방을 공격했다. 자기의 가슴에 최순돌의 칼 끝이 다가와 있음을 안 박가웅은 힘을 잃고 손에 쥔 칼을 땅에 떨구었다. 만약 이 검투가 실전이라면 그의 가슴에는 칼날이 꽃혀 죽거나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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