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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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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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소사명(素沙明)은 대답을 하고 거우위왕에게 자리를 떠나겠다는 예의를 표하고는 소사명과 연추는 불연 왕자와 함께 남해(진해) 바닷가로 나왔다. 바닷가 백사장에는 병선(兵船)을 건조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목재를 다듬고 운반하느라 분주하였다. 세 사람은 잠시 바닷가에 서서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사명은 등에서 잽싸게 화살을 뽑아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 다니고 있는 갈매기 한 마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바람을 가르며 세차게 시위를 떠난 화살은 갈매기 몸퉁에 명중되었고, 갈매기는 곧바로 까르르 까욱! 하는 비명을 지르며 바다에 떨어졌다. 이를 본 불연 왕자는 소사명의 활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으로 명궁 중에 명궁이오! 그야말로 다라국 최고의 신궁이오! 그대들은 다라국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사라국(신라)는 지금 진한의 여러 나라를 통일하여 힘을 키우고 있다. 그 다음에는 변한으로 칼날을 돌릴 것이 뻔합니다. 그리되면 우리 다라국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북방에서는 견훤이라는 자가 호족들을 규합하면서 백제를 세우고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대적해야 할 군사는 신라와 백제가 될 것입니다. 자. 이번에는 창술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불연 왕자의 말에 연추(淵酋)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잠시 응시하다가 그 중 한 마리를 향해 잽싸게 단창을 날렸다.‘까르륵 까욱' 하는 소리와 함께 갈매기는 창에 맞아 떨어졌다. 연추(淵酋)의 창솜씨에 왕자 연불(淵佛)은 혀를 내두르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으로 대단한 창술이오. 마치 신의 솜씨인듯 하오! 나도 자주 싸움터에 나가 보았지만 이런 창술은 처음 보았소!”

“과찬의 말씀입니다.”

하고 연추는 고개를 약간 숙여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 연불은 소사명에게

“나이가 몇이나 되오?”

“계사년(癸巳年) 생입니다.”·

“계사년(癸巳年) 생이면 나보다 한 살 아래구만..나는 임진년(壬辰年)생이오.”

“제가 한 살 아래이니 왕자님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를 아우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리고 말씀을 낮추십시오.”

“그리해도 되겠소?”

“아우에게 존대하는 법은 없습니다.”

“그럼 말을 낮춰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게.”

“섭섭하다니요. 이제부터 제 목숨은 형님과 함께 할 것입니다.”

하면서 소사명(素沙明)이 땅에 무릅을 꿇어 앉아 오른손을 가슴에 얹어 군예를 표하자 불연 왕자 연불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내 이미 아우로 생각할 것이니 일어 나거라!”

하자 소사명은 일어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추(淵酋)가

“저도 장군을 오라버니로 모시겠으니 받아 주십시오.”

하자 불연 왕자는

“그러지..그러구 말구..이제부터 연장군도 내 누이동생으로 생각할 것이네.”

하자 연추(淵酋)는

“오라버님! 고맙습니다.”

하고 오른 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굽히며 예의를 표시했다. 불연 왕자 연불은 소사명을 불렀습니다.

“아우님!”

“예.형님!”

“아우님과 같은 신궁이 될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나? 내가 묻는 이유는 앞으로 신라의 군사와 싸우자면 많은 궁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칼로 싸우는 것은 직접

적군과 부딪쳐야 하지만 활은 멀리서도 쏠 수 있으니 적을 기습 공격하는 데는 궁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궁술은 다른 무술과 달라 단시일에 습득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명궁이 되기까지에는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과 훈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소사명(素沙明)은 입을 열었다.

“처음 활을 배우면서 벼룩 한 마리를 잡아서 가느다란 줄에 매 달아 놓고 3년 동안이나 그 벼룩을 겨냥하면서 활을 쏘았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그 벼룩이 황소만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십년동안 훈련을 했습니다.”

“벼룩 한 마리를 잡아서 가느다란 줄에 매 달아 놓고 3년 동안이나 그 벼룩을 겨낭하면서 활을 쏘았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대단하구만.. 정말 대단해.. 그렇게 해서 결국 신궁이 되었구만..”

연불 왕자는 크게 감격하더니 입을 열었다.

“연추 장군은 어떻게 신(神)과 같은 창술을 익혔나?”

“저는 큰 연못에 피라미 새끼 한 마리를 놀게 해 놓고 3년동안 그 피라미 새끼를 잡는 연습을 하면서 창술 훈련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그 피라미 새끼가 큰 고래만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십년동안 훈련을 했습니다.”

“참으로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장수로구나! 우리 다라국에 이런 훌륭한 장수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왕자 불연의 나이는 열 일곱 살이었다. 거우위왕의 국가정책 중 가장 두더러진 것은 철기문화 정책과 군사력 강화였다. 전국에 작은 마을마다 대장간을 곳곳에 설치하여 칼, 창, 삭(槊), 철갑옷, 투구, 방패 등 전투무기를 만들게 했고 농기구는 물론 그릇, 수저 등 생활용품도 철로 만들도록 나라에서 적극 권장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칼, 창, 철갑옷, 투구. 편자(말굽), 등은 전량 나라에서 수매하여 곳간에 저장해 두고 언제든지 일어날 전쟁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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