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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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7.12.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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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제1부

나의 부모님은 청각 장애인이라 늘 귀에 보청기를 달고 다녔습니다. 아버지의 한 쪽 귀는 잘 들리지만 다른 한 쪽 귀는 벨소리 같은 것만 알아듣는데 사람들의 말소리도 아주 작게 들려 보청기를 통해 알아 듣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로 알아 듣습니다. 나도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양쪽 귀는 약간 들리지만 마치 벨소리와 같은 정도로 아주 작게 들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지만 청각장애인용 스마트폰 보청이어폰이 나온 후 이를 끼고 있으면 의사 소통에 큰 불편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보청기가 나오기 전에는 수화로 의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마트 보청이어폰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상대방에게 보내면 곧바로 말소리로 전달되고 상대방의 말소리를 내가 문자로 받아볼 수도 있는 최첨단 기기인데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나라에서 80%를 주고 나는 20%만 내면 되기 때문에 나와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다 이 스마트폰 보청이어폰 덕분에 상대방과 말하는데는 큰 불편이 없습니다.

나는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스마트 보청이어폰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기도 하고 선생님의 말씀이 문자로 전송되어 오기도 하기 때문에 수업을 받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이처럼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수업시간에 같은 반 또래 친구들이 더러 편견적인 시각으로 보면서 나를 싫어하는 눈빛을 보낼 때는 외롭고 쓸쓸함을 느낍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나에게 다가와 남에게 기가 죽으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는 경상북도 대구광역시에 있는 달성초등학교 3학년 입니다. 또래 친구들은 편견없이 내가 청각장애인이라고 업신여기거나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나를 특수학교에 가지 않도록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면 나는 일반 학교에 다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름 방학이 가까워 오는 어느 날 저녁입니다. 나는 방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심하게 티각퇴각 다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방문이 닫혀 있어 크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문틈에 스마트 보청이어폰을 바짝 대고 들으니 분명히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슨 좋지 않을 일로 다투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무슨 일로 다투실까?’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슨 이유가 다투는지 궁금했습니다. 평소에도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빠가 술에 취하면 하시는 말이거니 생각되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다투는 말이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마음이 초조했고 잠시 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두 분이 사이좋게 화합이 잘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방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는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분명했습니다. 나는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어머니가 운다면 무슨 좋지않는 일이 생겼구나 싶었습니다.

“그리 알고 내일이라도 떠나거라. 나도 인철일 데리고 부산으로 떠날기다.”

목소리에 힘이 실린 아버지의 말에 나는 무엇을 그리 알고 내일 떠나라고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내가 오빠의 방에 들어가자 오빠는 공부를 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오빠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오빠..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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