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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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7.12.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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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깊은 잠에 빠져 있어 어깨를 크게 흔들자 오빠는 얼굴을 들고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긴...왜 그러는데?”

“조금전 아빠와 엄마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어. 근데 아빠가 엄마한테 내일 떠나라고 했어.”

“아빠가 왜 엄말 떠나라고 해?”

오빠는 내 말이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책상에 엎드려 공부를 다시 했습니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들어 왔습니다.

“엄마! 무슨 일이 있었어?”

어머니는 말없이 내 손을 꼬옥 잡고 말했습니다.

“인숙아! 넌 나하고 내일 서울로 떠나야겠다.”

나는 어머니와 서울로 떠나야 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엄마! 왜 내가 엄마와 서울로 떠나야 해?”

어머니는 말없이 날 부둥껴안고 흐느껴 울었습니다.

“엄마! 어서 말해 봐. 왜 내가 엄마랑 서울로 떠나야 해?”

“그게 저..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기로 했단다.”

이혼이란 말에 나는 또 한번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혼이 뭐야?”

그건 엄마와 아빠가 서로 헤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기만 하였습니다. 엄마의 울음소리를 들은 오빠가 들어 왔습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오빠의 말에 어머니는 나와 오빠를 두 팔에 안고 울기만 하였습니다.

“엄마! 어서 말해봐 왜 우는 거야?”

“엄마하고 아빠하고 이혼을 한대.”

내 말에 오빠는 깜짝 놀라며 정말이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오빠는 풀석 주저 않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울지마라 인철아! 너는 아빠와 같이 부산으로 가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아빠와 부산으로 간단 말이야?”

오빠의 말에 어머니는 인철이는 아버지와 부산에 가서 살고 나는 어머니와 서울에 가서 살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나는 열 살이었고, 오빠는 열 두 살이였는데 오빠는 초등학고 5학년이었습니다.

내가 어머니와 내일 떠나면 아버지도 모레쯤 오빠를 데리고 부산으로 떠난다고 했습니다. 그날 어머니는 큰 여행용 가방에 옷을 이것저것 챙겨 넣으며 떠날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어머니와 함께 대구에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집을 떠나 올 때 나는 오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부둥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나도 울고 오빠도 울고 어머니도 울었습니다. 왜 우리 가족이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와 어머니가 집을 나서도 아버지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우리를 보지도 않았습니다. 거기에서 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아버지의 매서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왜 아버지가 사랑하던 어머니를 이렇게 버려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여기에서 나는 어른들이란 언제든지 만났다가 다시 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식을 떼어 놓고도 말 한마디 없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소름끼치는 무서움마저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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