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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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작 장편소설] 산사(山寺)에 눈이 내리네
  • 권우상
  • 승인 2017.12.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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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어느 날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의붓아버지가 담배를 한 갑 사오라고 하였습니다. 미성년자는 담배를 살 수 없다고 하자 의붓아버지는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내 빰을 한 대 때렸습니다. 그런 일이 있던 며칠 후에는 소주를 한 병 사오라고 하기에 술도 미성년자는 살 수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내가 귀에 끼고 있는 보청기를 뽑아 방바닥에 내팽개치면서 발길질을 해서 나는 쓰러져 발목을 삐었습니다. 그래도 참고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더 때릴까 싶어서였지요.

하지만 나는 의붓아버지가 술에 취해 있는 상태라 터져 나오는 울음과 슬픔을 참았습니다. 의붓아버지에게 반항할 수도 없지만 만약 반항하다가는 나와 어머니가 쫓겨나면 다시 갈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이런 일로 슬픔에 잠겨 살아야 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괜찮은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말과 행동이 거칠고 이따금 욕설도 하면서 나와 어머니에게 손찌금을 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가 없고 나와 둘이 있을 때는 내 옷을 벗겨 몸을 만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성폭력을 할려는 듯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겁이 나서 두 손을 모아 이러지말라고 싹싹 빌곤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나와 어머니는 살아가기가 매우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고 견디어 냈습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식당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집안 일은 내가 합니다. 방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였기에 학교 성적도 우리 반에서 일등을 하고 있었지만 의붓아버지는 공부 잘하는 나에게 칭찬은 커녕 이것 저것 트집을 잡아 수시로 나와 엄마에게 폭언과 손찌금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한강에 빠져 죽고 싶은 마음도 여러번 했지만 그럴 때마다 부산에서 아버지와 사는 인철이 오빠 생각에 꾹 참았습니다. 내가 살아 있어야 언젠가는 오빠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술에 취한 의붓아버지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늦게 돌아 온 어머니에게 괜히 트집을 잡아 폭언과 욕설을 하고 손찌금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버르장머리를 고칠려고 어머니는 의붓아버지에게 안살겠다면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의붓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그런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고 어머니는 나를 부둥껴안고

“내 팔자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땅이 꺼질듯 긴 한 숨을 쉬면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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