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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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8.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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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이놈들 나귀에서 내리렸다”

하고 군노(軍奴) 하나가 호령하자 앞에 선 두 놈은 당나귀에서 내려 길 한편으로 비실비실 비켰지만 뒤에 있는 놈은 내리지 않았다. 여러 군노(軍奴)들이 소리를 질러

“이놈아, 냉큼 내리지 못하겠느냐?”

하자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면서

“임자네의 상전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오?”

하였다. 군노가 그놈 앞으로 달려들어 채찍을 빼앗아 그 벌건 다리를 후려 갈겼다.

“고려국 상감마마의 행차이시다. 그리고 저기 만세야어전상용(萬歲爺御前上用)이라고 황기(黃旗)에 쓴 것이 독똑히 보이지 않느냐? 너희들이 소경이 아닌 다음에야 황상(皇上)의 행차 하심도 모른단 말이냐?”

이렇게 호통을 치자 그 자들을 당나귀에서 내려 땅에 넙죽 엎드리고

“죽여 줍소서.. 소인들이 몰라 뵈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며 사죄했고, 그 중의 한 놈이 일어나 군노(軍奴)의 허리를 얼싸안으며 애걸했다.

“영감, 제발 살려 주십시오. 소인들의 죄는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소이다”

군노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놀렸다.

“그런 줄 알거든 사죄하렸다”

그들은 모두 진흙바닥에 꿇어 엎드려 머리를 진흙 속에 처박고 빌었기 때문에 이마가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군노(軍奴)들은 이것을 보고 모두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그놈들을 실컷 꾸짖은 다음 돌려 보냈다.

“너희들이 중국을 다녀오면서 별별 야단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 말이 맞구나. 공연히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이제부터는 아예 그따위 장난은 하지 말아라”

이장용(李藏用)이 군노(軍奴)를 보면서 타이르자 군노 하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렇게 먼 길을 가면서 그러지 않으면 무얼로 심심함을 달랠 수 있나이까?”

이렇게 해서 그 먼 길도 심심치 않게 당도하여 왕의 입조(入朝)를 마쳤다.

몽고에 도착한 후 어느 날 몽고의 승상(丞相)이 이장용(李藏用)에게 물었다.

“고려는 주군호구(州郡戶口)가 얼마나 되오?”

이장용은 이제부터 시험을 당하는가보다 생각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정승인데도 호구 수를 모른단 말이오?”

이 때 이장용(李藏用)은 지극히 조용하게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승상께서는 저 창살이 몇 개나 되는지 알고 계시오이까?”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겠오?”

“우리 고려의 주군호구(州郡戶口)도 이와 같은 것으로 그것을 맡은 관리가 따로 있거늘 어찌하여 재상이 쓸데없이 그런 조그마한 일까지 관여하여 알려고 하겠오이까?”

이렇게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을 하자, 승상(丞相)은 말문이 막혀 묵묵히 않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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