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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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9.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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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박승지는 눈을 감고 한참 동안 무엇을 생각하더니 작은 사랑으로 상노를 보내서 그 집 문객 한 사람을 불렀다.

그 문객이란 벌써 수년을 두고 이 박승지 집에서 묵으면서 혹시 벼슬이라도 한자리 얻어볼까 하고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일찍이 점술(占術)도 많이 배웠고, 관상(觀相)을 매우 잘 본다고 했는데, 박승지는 무엇 때문인지 먼저 그 문객에게 관상을 보이는 것이었다. 문객이 한참동안 이택수(李澤洙)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야 관록은 없으니 이를 어찌하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벼슬 할 생각은 접고 아들들이나 잘 가르치시오. 아들 중에는 귀하에 될 사람이 한 둘은 나올 것이오”

하였다.

박승지는 문객을 내보내고 조용히 이택수(李澤洙)에게 말했다.

“자네는 그 사람의 말을 몹시 분하게 생각할 지 모르나 벌써 수년을 두고 경험한 바, 그 사람은 과거(科擧)를 하지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사람일세. 내가 자네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도 여러 차례를 두고 낙방한 터에 다음이라고 꼭 합격한다는 기약이 없지를 않는가 말일세. 또 자네 형편이 노친시하(老親侍下)에 매우 어려운 듯하니 내가 생전에 춘부장의 후온을 생각해서 다소 가산을 장만해 줄터이니 그것을 받아 가지고 고향에서 힘을 다하여 자식을 키우는데 힘을 기우리게나... 그리고 내가 한 말을 섭섭하게 여기지 말게....

하였다.

며칠 후 이택수(李澤洙)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박승지는 논 섬직이나 살 수 있도록 돈 백 냥과 필육 등을 내어서 마바리에 실리고 따로 이택수가 타고 내려갈 말 한 필을 사주었다.

이택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고맙게 받아 가지고 길을 떠났다.

( 에라, 과거를 보러 올라올 때는 걸어서 왔던 놈이 과거에도 낙방하고 뒤꼭지를 치며 내려가는 판에 말이 무슨 말이냐 )

이택수는 이런 생각이 들어 한참동안 가다가 중도에서 타고 가던 말을 팔아서 그 돈까지 삯바리 말에 싣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참이었다.

한수(한강) 나루를 건너고 남태령을 넘어 과천, 수원, 천안, 직산 등을 내려가는 큰길을 으레 택할 것이나 그 길은 이번 과거보러 왔던 사람들이 널려 있을 것이라 보기가 면구하고 인사 받기가 싫어 다른 길을 택하였다. 그러니까 양주, 양근, 원주, 단양 등으로 하는 노정(路程)을 택했던 것이다.

이택수가 양군 지역으로 들어서서 양수리(兩水里) 강을 건너 몇 십 리를 왔을 때 날이 저물었다. 그러나 앞쪽에 있는 주막까지 가기에는 해가 모자랐다. 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주막을 물으니 대답이 그러한즉 더 갈 수 없어 할 수 없이 길 옆 동네로 찾아가서 하룻밤 유숙할 곳을 물었다.

“네, 저기 보이는 저 동구 안에 집이 있는데 상당히 부유하게 사는 집이오. 당신 같은 사정이 어려운 사람은 잘 동정해 줄것이오. 그 집 말고 다른 곳에는 아마 유숙할 곳이 변변치 못할 것이니 그 집에서 유숙하도록 하시구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나이가 50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이택수(李澤洙)는 그 말을 듣고 마바리꾼을 독촉하여 축동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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