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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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9.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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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잠시 후 촛불이 꺼지고 세자는 공주를 덥석 안아다가 침상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공주는 손짓하여 가까이 오라고 하였다. 세자가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섰다. 공주가 친히 웃옷을 벗으며 옆에 있는 옷걸이에 걸라고 하였다. 세자는 즐거운 표정으로 시키는대로 하였다.

이때 세자의 나이는 39세이고 공주의 나이는 16세이었으나 몽고의 여성은 어려서부터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유목생활로 몸을 단련해서인지 공주의 육체는 터질듯 탄력이 있고 피부가 희고 부드러워 세자의 마음은 흡족했다.

이국(異國)의 정서를 한껏 맛본 세자는 만면(滿面)에 웃을 띠었다. 세자는 불연듯 옛날 소년시절에 정화공주(貞和公主)를 맞이할 때의 추억을 뇌리에 떠올렸다. 수줍어하던 정화공주는 왕실의 혈통으로서 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관계로 별로 부끄럽고 어색한 일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그때의 경우와 달라 미지의 상념들이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냉정이 생각하면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5월의 밤은 짧았다. 5월의 밤이 아니라 동지 섣달의 밤이라도 짧게 느껴졌으리라... 어느덧 날이 훤하게 밝아 방문 밖에서는 벌써 시녀(侍女)들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하고 몽고말로 인사말을 하였다. 공주가 무엇이라고 대답하자 시녀들이 들어와 옷을 하나하나 챙겨주었다. 이 사이 세자는 손수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양젖과 양고기를 다진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끝냈다.

다음 날 황제와 왕후를 배알하고 여러 왕족과 인사를 나누며 음식을 대접받았다. 한달도 못 되어 고려의 왕이 승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자는 먼저 고려로 돌아와 왕위를 이었다. 신정이 미흡한 가운데 공주를 떼어놓기가 섭섭하였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원종(元宗)의 장례가 끝나자 얼마 후 원나라에서 공주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왕은 멀리 서북면까지 나가 마중하였다. 어린 공주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완은 평원역에서 공주를 만나자, 왕은 공주를 몽고의 풍습대로 얼싸 안아 주었다. 공주의 청명한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며 기쁨의 표정이 감돌았다.

개경(開京)으로 돌아오는 날 개경에 있던 비빈은 물론 궁주 재상의 부인들까지 마중나와 길을 메웠고, 다시 일반 백성들도 구경나와 국청사(國淸寺) 앞 문전은 수만명의 인파가 모여 들었다.

왕과 공주는 여기서 같은 연(輦)을 타고 궁중으로 들어왔다. 청아한 음악이 들리는 가운데 공주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총명하고 얌전하게 생긴 공주님이구나”

“나이는 어리지만 아주 영특하게 생기셨네”

하며 칭찬이 대단했다.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구만... 백년 가까이 고려를 괴롭히더니 이제는 딸까지 주셨으니 전쟁이야 다시 일어나지 않겠지...”

하며 평화를 갈망하는 부푼 기대에

“공주님 만세! 공주님 만세!”

하면서 좋아 날뛰었다.

연(輦) 속에서 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던 공주도 미소를 지으며 답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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