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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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09.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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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다음 해 9월에 공주는 옥동자를 낳았다. 궁중에서는 이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문무백관이 하례를 올리려 들어왔다. 공주는 경성전(敬城殿)에서 하례를 받았다. 왕족부터 차례대로 들어와 공주에게 절하고 간단한 예물을 내놓자 공주는 기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모두들 하례식으로 들어갈 때는 입구에서 자기가 입고 있는 웃옷을, 몽고식 긴 예복으로 갈아 입고 들어가 축하를 드렸다. 차례로 들어가 간단한 인사말을 드리면 몽고식 주연상을 베풀어 놓고 술을 대접하였다.

동궁시강학사(東宮侍講學士) 주열(朱悅)의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주열은 술을 잘 마시는 까닭에 코에 주눅이 들어 검푸른 빛을 띄었으며, 얼굴이 흉측하게 생겼었다. 주열이 들어서며

“공주마마! 왕자 탄생을 하례드리옵니다”

하고 두 손을 들어 절을 하였다. 공주가 주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놀란 왕이

“무슨 일이냐”

하고 공주에게 묻자

“대왕 마마 어찌 저런 흉측한 사람을 가깝게 하시나이까. 어서 물리치라 하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왕은 껄껄 웃으며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저 늙은 신하의 얼굴은 추하지만 그 마음은 맑기가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다오. 더구나 동궁을 가르칠 시강학사라오”

공주는 주열을 다시 보며 조금 전에 있었던 자기의 경솔함을 후회하는 듯하였다.

“그러시다면 내가 사과하는 뜻으로 술잔을 올려야 하겠소이다”

친히 술을 부어 주열에게 권하며

“시강학사! 나는 겉모양만 보고 학사에게 실례를 하였소. 그 고운 마음씨로 고려국에 충성을 다하여 주시오”

“황은이 망극하오이다”

“술을 좋아하십니까?”

“ 많이 먹는 편입니다”

공주는 시녀에게 명하여 큰 술잔을 가져오게 하여 술을 부어 권하여 앞으로 세자를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하자 부열은

“공주마마의 꽃같은 마음씨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면서 공주의 총명함에 탄복하였다.

마지막으로 왕의 전 부인었던 정화궁주(貞和宮主)의 차례가 되었다. 궁주의 잔 심부름을 하는 여자들이 정화궁주의 자리를 동상(東床)에 놓았다. 이것을 본 왕이

“정침(正寢) 앞에 놓아라”

하자 공주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들어와 보니 자기가 앉을 자리에 정화궁주가 어엿하게 앉은 것을 보고 노하여 심부름하는 여자를 불러 꾸짖었다.

“내 자리를 저 높은 서상(西床)에 놓도록 하여라”

공주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어 일단 높은 곳에 공주의 자리를 놓아 주었다. 정화궁주가 일어나 축하의 술을 공주에게 올리자 왕도 함께 술잔을 받으며 힐끔 껕눈질로 공주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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