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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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1.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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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신돈의 권력이 날로 기세를 떨치자 모후 명덕태후(공원왕후) 홍씨를 비롯한 왕실 세력과 문신들의 우려가 높아갔다. 하지만 신돈에 대한 공민왕의 믿음은 여전하여 오히려 그 비판 세력들이 제거당했다.

신돈의 권력이 막강해지자 그의 문하에는 벼슬을 얻으려는 군상(群像)들이 몰려 들었다. 신돈은 세상 사람들의 추잡하고 메스꺼움을 피부로 느꼈다. 염량세테(炎凉世態)란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돌아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친할려고 하니 그 매력에 이끌려 가면서도 인심의 비열함을 한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돈의 집은 송악산 궁궐 뒤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곳은 고급주택가로서 그 이웃에는 높은 벼슬아치들의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신돈의 집 바로 옆에 이운목(李雲牧)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운목은 일찌기 관직에 있었던 사람으로 지금은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자기의 벼슬을 구할 엽관운동(獵官運動)을 위해, 어느 날 신돈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였다. 신돈이 쾌히 초대에 응해주자, 이운목은 코가 땅에 땋도록 절을 하여

“대감께서 초대에 응해주시니 감격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원 별 말씀을.. 어서 편히 앉아 이야기나 나눕시다”

“소인이 먼저 찾아 뵙고자 하였으나 이목이 번다하여 이루지 못하고 저희 집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마침 저의 생일인지라 간단한 음식이라도 대접할까 하여 청한 것입니다”

“생일이 아주 좋은 때입니다”

잠시 후 음식상이 들어왔다. 아주 상다리가 휘청하도록 차린 어머어마한 진수성찬이었다. 신돈은 내심 이 사람이 필시 계획적으로 나를 초청한 것이로구나 생각하며, 몇 잔의 술을 받아 마셨다. 술이 얼근해지자 뒷방문이 베시시 열리며 아름다운 처녀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내려왔다.

“너 도첨의 대감께 인사 올려라”

처녀는 수즙은 기색이 없이 일어나 이마에 두 손을 얹고 큰 절을 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처녀답지 않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처녀는 시키는 대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신돈은 노처녀의 춤솜씨에 매료되어 처녀를 자세히 살폈다. 춤이 한참 무르익어 갈수록 신돈의 마음은 처녀에게 끌리었다.

밤이 깊어지자 이운목은 자취를 감추고, 처녀만 그대로 남아 앉아 있었다. 신돈은 옳지 ! 나에게 넘겨주는 처녀로구나 생각하고 처녀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주인과 어떠한 사이냐?”

“소인의 아버지 올씨다”

“너의 아버지다 ?”

“그러합니다”

신돈은 너무나 야박한 인심에 또 한번 놀랐다. 술상을 물리라 하고 처녀와 함께 침실로 들었다.

“너 아직 혼인한 일이 없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마음속으로 미안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으나, 처녀는 아주 익숙한 몸짓을 보여 주었다. 아무래도 처녀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 후에야 알았지만 그녀는 결혼한 여자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이운목은 응양군 대호군(應楊軍大護軍)이란 벼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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