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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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2.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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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如此亦何如 如被亦何如

城隍堂後恒 須吧亦何如

我輩岩此爲 不死赤如何

후세에 널리 회자(膾炙)되었던 이방원의 만수산(萬壽山)의 시였다. 다 썩어져가는 고려 왕실만 붙들기 위해 고집을 부리지 말고 칡덩굴처럼 얽혀서 서로 사이 좋게 사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정몽주는 시(詩)를 다 듣고 나서 참으로 좋은 시라고 칭찬한 다음 입을 열었다.

“젊은 사람의 노래만 듣고 그대로 있을 수야 없지. 화답을 하는 인사이니 내 시도 들어보게...”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다시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고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此身死了死了 一白番更死了

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也栨

시(詩)도 시였지만 이방원에게는 무서운 호령처럼 들렸다. 이로써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이 다른 줄 알고 헤어졌다.

이방원과 헤어진 정몽주는 돌아오는 길에 오래전부터 자주 출입하던 술집에 들렸다. 때는 공양왕 4년 4월 4일이니 초여름의 싱그러운 신록이 개경 송도를 곱게 물들이고 있었고, 숲 사이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즐겁게 지절대고 있었다.

“대감마님, 오래간만에 오십니다. 오늘은 마침 좋은 생선을 구워 놓았으니 많이 잡숫고 가시지요”

“고맙네, 안주가 좋으니 술 한 잔 마시고 가야겠네”

정몽주는 한 마디 대답하고 주막 마루에 걸터 앉았다. 눈 앞에는 얕은 울타리에 진달래와 개나리 등 꽃들이 만발하여 나비가 날아들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근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주모, 술을 가져 오게”

한참 후에야 술상을 가져왔다. 부연 막걸리에 생선구이가 입맛을 돋우었다.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杯) 대작하는 사람은 없지만, 연거푸 석잔을 마신 후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정몽주는 혼자 마음 속으로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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