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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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19.12.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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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언제까지고 일어서려는 기색이 없자, 보기가 딱한 녹사(綠事)가 곁으로 다가왔다.

“대감마님, 해가 서산에 지고 있습니다. 그만 진정하십시오”

어느덧 만수산(萬壽山)의 서슬한 산그림자는 점점 깊게 드리워져 정몽주는 할 수 없이 일어나 말에 올랐다.

무심한 말은 정몽주를 싣고 선죽교(善竹橋) 돌다리를 향하여 걸어갔다. 말이 선죽교에 다다르자

“멈추어라!”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한 선죽교의 돌다리 위에서는 저녁공기를 가르며 판위위사사(判衛尉寺事) 조영규가 가로 막아서며 소리쳤다.

“누구요? 누가 우리 대감마님 행차를 가로막는 것이오. 정몽주 대감의 행차임을 모르시오”

겁에 질린 녹사가 조영규의 앞을 가로 막으며 소리쳤다.

“조영규가 여기서 기다린지 오래였느니라. 비키지 못하겠느냐. 철편의 맛을 보아야 하겠느냐”

“이러지 마시오!”

하면서 녹사(綠事)가 울면서 조영규의 몸을 안으려고 뛰어 덤벼들자, 몸이 닿기도 전에 조영규의 철편이 녹사를 힘껏 갈겼다. 녹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버렸다.

“자, 대감, 이미 천명이 다하였으니 말에서 내려 철편을 받으시오”

정몽주가 태연한 자세로 말에서 내리는 것을 본 녹사(綠事)가

“시중대감, 어서 도망하십시오. 역적 조영규는 소인이 막겠습니다”

피를 쏟으면서 땅에 쓰러져 있던 녹사(綠事)가 조영규의 두 다리를 잡고 덤볐으나 조영규의 철편은 여지없이 녹사의 머리를 정통으로 멎추었고, 녹사(綠事)는 그만 시체처럼 나뒹굴고 말았다.

이때 말에서 내린 정몽주가 태연히 조영규에게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이시중(이성계) 대감이 나를 죽이라고 자네를 보냈는가?”

정몽주의 태산과 같은 무거운 질책이었다. 그러나 조영규도 이 자리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이시중(이성계) 대감이 시킨 것이 아니라 이 나라 백성들의 소망이오. 이미 나라가 썪어 있는 마당에 정대감 혼자 붙들고 있다고 해서 새로운 나라는 오지 않으니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악문 조영규가 철편을 바짝 나꾸어 내리칠 자세를 취하자 정몽주는

“이놈! 천하에 죽일 놈”

“죽일 놈은 내가 아니라 정대감이오. 썩은 나라를 그대로 붙잡고 있겠다니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오”

“쥐새끼만도 못한 네놈이 감히 썩은 나라를 운운하다니... 고려 조정의 녹을 먹는 신하가 할 짓이 고작 이거더냐?”

“공민왕과 같은 꼴을 봐야 아시겠소이까....”

하는 소리와 함께 조영규의 손에 들린 철편은 이미 허공에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컥....”

우뚝 선 자세로 조영규를 노려보던 정몽주의 입과 코, 그리고 눈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왔다.

철편이 정몽주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었다

“커어억....”

다시 한번 무서운 뼈 부서지는 소리가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진 선죽교 주위에 울려 퍼졌다.

“이놈 역적놈들....”

겨우 한마디 꾸짖는 소리가 쓰러지는 정몽주의 입에서 흘러 나왔을 때, 조영규의 손에 쥐어진 철편은 허공에서 세번 째의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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