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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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20.01.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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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함박눈이 내리거나 이따금 바람마저 모질게 휘몰아치는 어느 겨울 동지 섣달 새벽 정대감은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머슴인 강만수를 불러 들였다.

“대감, 소인을 불렀습니까?”

강만수가 나타나자 정대감은

“다름이 아니라, 내 나이 이미 육순(六旬)에 몸이 점점 허약해 지는 것 같아서 보약을 달려 먹어야 하겠으니 자네는 오늘 깊은 산중에 들어가서 산딸기 서 말을 따와야 하겠네”

“네. 그렇게 합지요”

머슴 강만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다행이 자네가 산딸기 서 말을 따오면 그 수고 값으로 돈 스무 냥을 자네에게 틀림없이 주려나와 만약 따오지 못하면 그 벌로 자네 것을 무엇이든 나에게 넘겨 줘야 하네”

“네”

“그래, 만약 말일세. 산딸기를 따오지 못하면 자네 마누라도 내가 원하면 내놔야 하네”

엉큼한 정대감이 다짐을 주는 말이었다.

"네, 대감 분부대로 하오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머슴 강만수는 성큼 대답했다.

정대감은 매우 기뻤다. 자기의 꾀에 머슴 강만수가 넘어가는 것이 고소하고 고분고분 들어주는 것이 여간 마음에 흡족하지가 않았다.

“미리 돈을 주지”

생색도 내고 약속을 어김없이 서로 지키자는 뜻에서 돈 스무 냥을 선뜻 내

놓았다.

머슴 강만수는 별로 근심하는 빛도 없이 돈을 받아가지고 나오다가 자기 마누라 옥매에게 귓속말로 몇 마디 일러 주고는 험한 눈길을 떠났다.

하루가 지나자 산으로 딸기를 따러 갔던 머슴 강만수가 이른 새벽 느닷없이 돌아왔다.

“대감님! 지금 돌아왔사옵니다”

“그래, 산딸기는 따왔느냐?”

정대감은 궁금해 물었다.

“사실은 산딸기를 따려고 깊은 산중을 헤매던 중에 한 곳에서 많은 산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것을 보기는 하였사오나 난데없이 뱀이 나타나 하마터면 물려 죽을 뻔 하였사옵니다. 그래서 도망쳐 왔사옵니다”

“뭣이, 도망쳐 와? 이놈아, 동지 섣달에 뱀이 나타나다니 무슨 소리냐?”

정대감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오면 대감마님께서는 동지 섣달에 산딸기는 어디에 있다고 분부이시옵니까?”

‘앗차? 그렇구만..’

정대감이 무릎을 치며 신음을 했다.

해서는 안될 말을 자기가 먼저 끄집어낸 것이 큰 잘못이었다. 또 사실이 그러하니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오랫동안 애를 써가며 짜낸 자기 꾀가 허사로 돌아간 것이 무엇보다도 분하였다. 더구나 미리 준 돈 스무 냥이 살을 베어준 듯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되돌려 받을 아무런 트집이 없었다.

입을 도사려 문 정대감은 다른 괴를 짜내기 위해서 오목 들어간 두 눈을 다시 반짝였다.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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