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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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20.01.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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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정대감의 맏아들 상진(相眞)이 과거를 보러 한양(漢陽)으로 떠나게 되었다. 당나귀에 돈과 책을 듬뿍 싣고 머슴 강만수가 정대감의 아들 상진(相眞)을 모시고 한양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아들 상진이 막 떠나려 할 때에 정대감은 아들을 자기 방으로 조용히 불러 이렇게 말했다.

“강만수는 아무리 고쳐 생각해 보아도 내 비위에 거슬려 같이 살 수가 없으니 네가 강만수를 데리고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큰 물에 빠뜨려 없애버려라. 그래야만 내가 마음을 놓고 살겠다”

“아버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부자지간에 엉큼한 언약이 이루어졌다.

이것을 꿈에도 짐작할 까닭이 없는 머슴 강만수는 오랫동안 마누라와 헤어지는 것이 다소 섭섭하기는 했지만 이 나라의 도읍지인 화려하고 찬란한 한양(漢陽) 구경을 하게된 것이 어찌나 좋았던지, 마누라 옥매가 훌쭉훌쭉 우는 것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정대감의ㅏ 아들 상진(相眞)을 따라 길을 떠났다.

조선(朝鮮)의 도읍지 한양(漢陽) 길은 멀고도 멀었다.

며칠을 두고 끝없이 남쪽으로 뻗은 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는 동안 정대감의 아들 상진의 머리에는 과거를 보는 것보다 우선 아버지의 분부대로 머슴 강만수를 처치하는 문제가 매우 큰 걱정거리여서 종일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머슴 강만수는 눈에 보이는 산천 정경이 하나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어서 마음 속이 상쾌한 김에 종일 흥타령이 입에 흘러나왔다.

이윽고 안주(安州) 청천강(淸川江)변에 이르렀다. 강을 건너 안주(安州) 고을에 들어가서 주막을 정하더라도 해가 서산에 넘지 않을 것이지만, 정대감의 아들 상진(相眞)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풍치가 좋다는 핑계로 굳이 강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자고 우겨댔다.

아직 봄이라고는 하나, 밤에는 몸에 스며드는 찬바람을 참기 어려운 때였으나 주인의 아들이 고집하는데는 영리한 강만수(姜萬洙)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녁 밤도 먹지 못하여 시장기가 들었으나 푸른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언덕에서 하늘에 총총히 뜬 별들을 바라보며 하룻밤을 지내는 것도 뜻 깊은 추억일 것 같아 강만수는 별로 불평을 하지 않고 참았다.

그러나 정대감의 아들 상진(相眞)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당나귀는 언덕 위 버드나무에 매어 놓고 책과 돈을 언덕 위에다 쌓아놓게 한 후 자기는 책과 돈이 있는 쪽에 머리를 두고 발을 물 흐르는 쪽으로 향하여 누은 뒤에 말했다.

“너는 내 발 밑에 누워 자거라. 아예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 말하자면 물 흐르는 방향과 같이 가로 누워 자라는 말이다 알겠느냐?”

“예”

머슴 강만수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이 무슨 깊은 곡절이 있는 듯해서 못이기는 척하며 상진(相眞)의 발밑에 바싹 눕기는 하였으나 불안한 마음에 잠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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