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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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第七의 王國
  • 권우상
  • 승인 2020.01.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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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그해 여름이었다. 한양에 갔던 상진(相眞)이 과거(科擧)에 낙방하고 돌아와보니 집 옆의 큰 기와집에 강만수가 살고 있는데 사연을 알아 보았더니 뜻밖에도 기가 막혔다.

곧 부친께 말씀드리고 힘깨나 쓰는 하인들을 시켜 강만수를 잡아다가 오랏줄로 꽁꽁 묶은 뒤에 두겹으로 된 무명자루에다 집어 넣고 주둥이를 꽉 막아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서 이것을 앞산 밑에 있는 큰 연못에 집어 넣어라”

상진(相眞)의 분노는 상투끝까지 올랐다.

“네”

하인들은 강만수를 넣은 자루를 메고 앞산 밑 큰 연못가로 갔다. 강만수는 이제 별도리 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마누라의 얼굴로 한번 더 보고 싶었으나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큰 연못가에 당도한 하인들은 자루를 내려놓고 난처한 얼굴로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여보게, 사실 말이지 강만수야 무슨 죄가 있나. 이것은 다 정대감의 부질없는 생각에서 생사람을 죽이는 거지 뭔가? 정대감댁 도련님이 시키는 일이니 거역할 수가 없어 여기까지 메고는 왔네만 차마 물 속에 던질 수야 없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 우리 저 버드나무 가지에 이 자루를 매달아 놓고 돌아가세”

“그것이 좋겠구만...”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하인들은 큰 연못가 버드나무 가지에 자루를 매달아 놓고는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지만 강만수가 살아나갈 길은 아직 막연했다. 자꾸만 마누라가 보고 싶었다. 감은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양볼을 적시면서 계속 흘러내렸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야만 했다. 이리저리 골몰히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사람 하나가 버드나무 밑으로 지나가는데, 지팡이 소리가 나고 발자국 소리가 고르지 못한 것이 필시 장님이 틀림없었다.

바로 이때 강만수의 머리에 묘안이 떠올랐다.

“네 눈 깜깜,.. 내 눈 번뜩...”

“네 눈 깜깜.. 내 눈 번뜩....”

강만수는 마치 염불 외듯 크게 외우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장님이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하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네 눈 깜깜이고 내 눈 번뜩이라.. 이게 무슨 소린지 궁금하지 한 번 물어보자”

장님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크게 소리쳤다.

“여보시오!”

“왜 그러시오”

강만수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오?”

“눈뜨고 있소”

“댁도 장님이오?”

“그렇소”

“나도 눈 좀 뜨게 해주시오”

“안되오, 눈을 뜰려고 초가삼간을 다 팔아서 이것을 사가지고 이 속에 들어앉아 이 주문(呪文)을 외우는 것이 벌써 아흐레째가 되어, 이제는 눈이 거의 다 떠서 앞을 환히 보게 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댁이 누구시라고 눈을 뜨게 해드리겠소. 웬 미친놈 다 봤군. 네 눈 깜깜..내 눈 번뜩...”

강만수는 더욱 용기가 솟아올라 더 큰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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