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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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1.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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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진타왕은 항복을 해도 죽일 것이고 성안에서 웅크리고 있다가는 결국 굶어 죽게 되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대장부답게 적과 싸우다가 죽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성문을 열고 나가 최후의 결전을 벌리자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태위(太尉) 걸우찬이 나서더니 최후의 결전도 좋지만 군사의 수가 적은데 무조건 성문을 열고 나가면 패할 것은 뻔하고 우리 모두 죽음을 재촉할 뿐이니 신하를 적군에 보내 협상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걸우찬(乞宇贊)도 마천우(馬天宇)처럼 사이기국의 장수이며 삼공 벼슬을 하고 있었다. 이 무렵 다라국 조정에 승상, 태위, 대부를 설치 하여 삼공(三公)이라 불러 왕을 보좌했다. 삼공 아래에는 여섯 장관을 두어 6경(六京)이라 하였다. 지방에는 군,현,항제를 만들어 전국을 8군으로 나누고 군(郡) 아래 현(縣)을 설치, 군의 수장은 군수, 현의 수장은 현령, 현 아래에는 마을 단위인 항(恒)이 있었고 항의 우두머리는 항정(恒丁)이었다,

삼공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으나 항복하여 치욕을 당하고 수치스럽게 사는 것보다 사이기국의 용감한 군사로써 죽음을 각오하고 최후의 결전을 감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밥을 짓고, 닭을 잡고, 돼지를 잡고, 성안의 술을 모두 모아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다라국 비슬라왕이 직접 지휘하는 상군(上軍)을 집중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만약 주력군이 상군을 격파한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때 다라국(多羅國)의 비슬라왕은

“이제 전쟁을 끝낼 때가 되어 오는 것 같구나. 성안에서 닭 잡는 소리가 들리고 돼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적들은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최후의 일전을 각오하고 도전해 올 것이다. 아마 적들은 내가 이끄는 상군을 공격 목표로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내가 군사들을 계곡으로 유인하여 섬멸해야겠으니 단단히 준비를 하라.”

하면서 여러 장수들과 함께 세밀한 작전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때 사이기국 아진타왕은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적군이 지금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비록 적군이 우리보다 군사 수가 많다고는 하나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우리 군사들은 사이기국이 자랑하는 최정예 군사들이니 죽음을 두려워 말고 필사의 각오로 전투에 임하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천지신명이 우리를 끝까지 보호하여 주실 것이다.”

하고 나서 동생 거타지(巨他之)에게

“나라의 존폐는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니 어찌 하겠느냐. 나는 나라를 망친 죄인으로서 죽는 것이 마땅하지만 너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빨리 도망쳐 사직을 보전해 주기를 부탁한다. 일이 급하니 지체하지 말고 적군이 성안으로 밀려 들어오기 전에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라.”

하자 거타지는 형인 왕을 남겨두고 혼자만 도망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왕을 호위하겠으니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아진타왕은 나라가 망하면 왕도 함께 죽는 것인데 어찌 왕이 도망을 치느냐고 하면서

“나는 나라와 마지막까지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끝까지 싸우다 죽을 것이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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