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1.23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아진타왕은 품속에서 옥패를 꺼내 아우 거타지의 손에 꼬옥 쥐어 주며 어서 가지고 도망가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왕위를 거타지에게 물려 줄려고 했는데 나라가 망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면서 훗날 나라를 다시 세운다면 편안히 죽을 것이라고 하면서 마천우를 데리고 떠나라고 했다.

“승상 마천우는 현명한 사람이니 도움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마천우와 상의해서 하라. 혼자 결정하지 말고..”

하면서 어서 떠나라고 했다. 궁궐 밖에서는 전쟁을 하느라 아우성과 비명이 요란스럽게 들렸다. 거타지는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타지는 자신이 반드시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일으키겠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아진타왕의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떠나는 거타지에게 아진타왕도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솟아오르는 눈물을 옷깃에 적시며 마지막으로 슬픈 작별을 나누었다. 거타지는 아진타왕에게 엎드려 큰 절을 두 번 하고 나서 자리를 떠났다. 거타지가 자리를 떠날 때 아진타왕은 어딜가도 항상 칼을 지니고 다니라고 하면서 언제 어디서 목숨을 거두어 갈 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자 거타지(巨他之)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거타지는 만삭의 부인 고화(高花)를 마차에 테우고 승상 마천우. 태위 걸우찬, 대부 배천 등 삼공은 부하장수 여섯 명과 함께 조용히 궁궐 뒷문을 빠져나가 말을 타고 남쪽을 향하여 험준한 산길을 힘차게 달렸다. 거타지가 성을 빠져 나간 다음 날, 아진타왕은 군사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기마병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신속하게 성밖으로 달려 나갔다. 다라국 군사들이 저항했으나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사이기국 군사들에게 점점 밀리더니 결국 다라국 군사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사이기국(斯二岐國) 군사들은 다라국 군사들을 추격했다.

그런데 한참을 도망치던 다라국 군사들은 갑자기 멈추어 서서 일제히 함성을 지르자 계곡의 양 옆 산에 다라국 군사들의 영채에 깃발이 일제히 세워졌다. 사이기국 군사들은 다라국 군사들의 유인작전에 걸려 포위되었음을 알아차렸고, 순간 대열이 흐트러져 각자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매복해 있던 다라국(多羅國) 군사들은 산의 위쪽에서 아래로 화살을 쏘아댔고, 크고 작은 바위 돌을 굴렸으며 도망치던 비슬라왕의 군사들도 뒤돌아서서 공격해 왔다. 사이기국 기마병에 이어 보병도 비슬라왕의 유인작전에 말려 대패했다. 비슬라왕은 이미 사이기국 군사들의 작전을 꿰뚫어 보고 군사들을 산속에 매복시켜 놓고는 밀리는 척 하면서 사이기국 군사들을 함정으로 유인했던 것이다.

결국 사이기국 군사들은 비슬라왕의 전술에 속아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이 전쟁에서 사이기국은 기마병과 보병 모두가 전멸을 당했고, 아진타왕은 사당으로 들어가 칼로 가슴을 찌르고 스스로 자결했다. 이로써 사이기국의 도성은 비슬라왕(比瑟羅王)이 이끌고 있는 다라국 군사들에게 함락되었고, 사이기국은 아진타왕이 나라를 세운지 50여 년만에 멸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