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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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1.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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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느날 거타지가 달마천 장군에게 사람을 보내 사이기국 아진타왕의 근황을 알아 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얼마 후에 달마천 장군은 보고 하기를 아진타왕과 왕비는 다라국 군사들과 싸우다 나라가 함락되자 사당으로 들어가 자결하여 죽고, 군사들과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져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거타지는 마천우, 걸우찬, 배처 등 삼공과 달마천 장군 등을 불러 사이기국이 안타깝게도 결국 멸망하고 아진타왕이 자결하였으니 새로 나라를 세워야겠다고 하면서 나라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면 좋겠느냐 묻자 마천우는 탁순국(卓淳國)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신하들도 모두 찬성했다. 이렇게 하여 마천우, 걸우찬, 배처 등 삼공은 신하들과 백성들의 의견을 모아 거타지(巨他之)를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제단을 마련했다. 신하들은 소와 돼지를 잡아 제물을 단위에 올려 놓고 거타지에게 단에 오르기를 청하니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의기가 북받쳐 단에 올라 향을 피우고 두 번 절을 한 후 명세하는 글을 읽었다.

“사이기국의 조정이 불행하여 나라를 잃었습니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어찌 모르겠습니까마는 다시 사직을 일으켜 위로는 하늘에 계시는 조상을 섬기고 아래로는 땅에 거주하는 백성들은 편안하게 하고자 명세하오니 천세만세 후대를 이어 가게 해주십시오. 천지신명과 조상의 영명한 넋께서 부디 모두 살펴주시옵소서!”

맹세의 글을 읽고 나서 제물로 잡은 짐승의 피를 땅에 뿌리는데 신하들은 눈물을 뿌렸다. 탁순국 왕으로 추대된 거타지 왕은 신하들에게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 하고 조국인 사이기국이 망한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살아남아 지금 이곳에 새로운 나라를 세웠고 나라 이름을 탁순국(卓純國)이라 정하였으니 앞으로 탁순국이 강해지면 다라국에게 빼앗긴 사이기국을 다시 찾을 것을 명세하였다. 그러면서 탁순국(지금의 진해)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거타지왕은 고화(高花)를 왕비에 봉하고 그의 딸 미파(美波)를 공주로 삼았다. 그리고 새 제도를 만들어 마천우를 용가(龍加) : 승상)에, 달마천 장군을 웅가(熊加 : 국방)에 임명하였다. 또한 걸우찬을 마가(馬加 : 치안)에 임명하고 구가(矩家 : 공무)에는 배처를 임명하고 우가(牛加, 농사) 학가(鶴加 : 가축) 노가(鷺加 : 외교) 등에도 신하를 임명했다. 용가(龍加)는 승상에 해당되는 벼슬이라 왕을 직접 보필하였다. 이렇게 조정 신하들을 발표하고 나서 거타지왕은

“이 땅은 고차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아라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 땅에 새 나라를 세웠으니 땅은 넓으나 백성이 적으니 백성이 적으면 나라가 강해질 수 없을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기 쉬우니 유민들을 불러 모으도록 하라.”

하면서 마천우에게 주변 나라에서 유민들을 끌어 모으라고 명령했다. 마천우는 주변의 백성들을 불러 모으는 일에 나섰고, 백성들을 잘 먹여 주고 살 집을 마련해 주며, 또 밭을 주어 경작하게 하자 몇 년 안 되어 나라와 백성들이 부유하게 되었다. 또한 꼭 필요할 때마다 비가 내려 농사짓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 마련되었다. 거타지(巨他之)가 바다를 낀 진촌(鎭村 : 지금의 진해)을 도읍지로 삼아 탁순국을 세웠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많은 백성들이 이주해 왔다. 그리고 백성들이 모여들자 비가 적당히 내려 농사도 잘 되어 해마다 풍년을 맞아 백성들의 생활이 넉넉해졌다. 바다에 나가 고기잡는 어부들도 생겨나면서 풍부한 수산물이 생산되었다. 더군다나 각지에서 수산물을 사겠다는 장사꾼들이 모여들었고, 사냥을 하여 잡은 짐승의 고기를 먹고, 가죽은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고 팔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탁순국은 아주 빠른 기간 안에 나라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고, 미파(美巴) 공주도 무럭무럭 예쁘게 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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