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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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3.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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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그러자 이소지는 내가 나가겠다고 하면서 만류하자 일모(히호고)는 자신이 나가겠다고 하면서 적군에서 장수가 나온다면 우리도 응당 장수가 나가야 한다면서 일모(히호고)가 나가겠다고 하자, 이소지(伊蘇志)는 그럼 네가 나가라고 하면서 일모가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일모(日侔)의 손에는 어느새 칼집에서 뽑힌 칼이 햇살에 섬광을 번쩍이고 있었다. 백마에 용검을 쥔 일모(日侔 : 히호고)의 위용에 걸손국 군사들은 어리둥절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때 걸손국 이노불이 말을 몰고 앞으로 나서자 이소지는 공격을 명령했다. 이소지의 칼이 허공을 가르면서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일모(히호고)는 선봉에 선 여러 장수들에게 공격을 명령하자 웅본국의 날쎈 5천 기마병은 일제히 적진을 향해 돌풍처럼 밀고 들어갔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웅본국 기마병은 적진을 향해 달렸고 말발굽에서는 뽀얀 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전투가 시작되면서 군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칼과 칼이 부딪치고 창과 창이 부딪치면서 양쪽 진영의 군사들이 격돌했다. 양 진영의 깃발들이 어지럽게 펄럭였다. 이소지는 선봉을 담당한 기마대를 이끌고 있었고 그 옆에는 왕자 일모(히호고)가 있었다. 일모(日侔)는 걸손국 장수 이노불과 맞서 싸웠다.

이노불의 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잠시 싸우던 일모는 일부러 힘이 부치는 척 하면서 뒷걸음질치며 한쪽 구석으로 이노불을 유인한 후 번개처럼 이노불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목이 달아날 순간이었다. 이때 이소지가 달려와 이노불의 목을 칼로 내리쳤다. 이노불은 목이 잘리면서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양쪽 군사들이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일모(히호고)는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군사들을 향해 칼을 힘껏 내리쳤다. 군사의 피가 솟구치면서 일모의 몸을 붉게 물들었다. 피차간 악귀와 같은 모습이었다.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걸손국에게 불리했다. 걸손국 군사들의 사상자가 점점 늘어나 더 이상 싸울 군사가 없었다. 많은 희생자를 낸 걸손국 군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후진에 있던 웅본국(熊本國) 군사들이 합세하면서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걸손국 군사들은 이소지와 일모가 이끌고 있는 군사들과 싸웠으나 대패하고, 적장 이노불은 전사하고 다른 장수 몇 명만 겨우 살아서 도망쳤다. 전쟁에서 대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걸손국의 왕 아구(阿久)는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걸손국(乞飡國)은 웅본국(熊本國)에게 패하여 더 이상 나라를 보존하기가 어렵게 되었다면서 우리 땅을 옹본국에게 바치고자 하니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지만 아구왕의 말에 아무도 항의하거나 반론을 제기한 신하는 없었다.

싸울 군사도 없거니와 더 이상 싸워도 승산이 없기 때문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웅본국은 걸손국을 병합하여 영토를 넓혔다. 그리고 나라 이름은 걸손국(乞飡國 : 구주)으로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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