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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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3.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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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2부 대정벌

추운 겨울 어느날, 탁순국(진해) 거타지왕은 사냥을 하기 위해 혼자 말을 타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한참 사냥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바람은 귀에 쌩쌩 매섭게 불어 오고 몸이 떨리며 배가 고팠다. 그래서 돌아갈려고 말 머리를 돌리는데 멀리 불빛 같은 것이 보이기에 이것이 혹시 산막(山幕 : 산지기가 지키는 오두막)인가 하여 불빛을 향해 달려가 사립문을 두드리자 혼인 할 만한 처녀가 방안에서 나오며

“어떤 분이신데 이 산속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까?”

하고 묻자 거타지왕(巨他之王)은

“나는 사냥을 나왔다가 날이 저물어 돌아갈려는 참에 불빛을 보고 찾아 왔다” 하였다. 처녀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조그마한 상에 저녁밥을 차려왔다. 거타지왕은 이런 깊은 산중에 낭자가 홀로 살기에는 맞지 않을텐데 무슨 까닭인지 말해 보라고 하자 처녀가 하는 말이

“소녀는 양가의 딸이 온데 혼인하여 첫날밤을 맞으면 신랑이 까닭없이 죽으니 다른 남자에게 개가를 했지만 가는 곳마다 신랑이 죽었사옵니다. 그러자 소녀가 점장이한테 물으니 제가 음기(淫氣)가 너무 세어 그렇다고 합지요.”

“..................”

“점장이한테 그걸 제합하는 방술을 물어보니 말하기를 손에 여의주를 쥐고 놀리면 음기(淫氣)를 제압한다고 하였지만 여의주를 어찌 얻겠읍니까? 그래서 부모님이 저를 산중에 홀로 살게 한 것이옵지요.”

거타지왕은 마음 속으로 이 처녀가 얼마나 성욕이 강하면 시집갈 때마다 신랑이 죽을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성욕이 강한 이 처녀에게 호기심도 생겨 은근히 처녀의 마음을 떠 볼 생각으로

“그러면 내가 만약 여의주를 준다면 내 배필이 되어 주겠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처녀는 아직 총각이냐고 물었다. 아마 왕인줄 몰랐던 모양이다. 거타지왕은

“너도 여러번 시집을 갔으면 처녀가 아니고 과부이거늘 어찌 총각을 바라는 것이냐?”

하자 하기야 여의주만 주신다면 총각이 아니라도 따르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혹시 여의주를 저에게 줄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언행을 보니 양가의 자녀임에는 분명한 듯 싶어 거타지왕은

“그러면 나하고 우리 집에 가자”

하였다. 여자를 말 위에 올라 앉히고는 거타지왕도 말 위에 올라 앉았다. 거타지왕은 등 뒤에 앉은 처녀에게 떨어지지 않게 등을 꼭 잡으라고 하자 여자는 두 팔로 거타지왕의 등을 부둥켜 안듯 잡았다. 거타지왕은 말을 달려 궁궐로 돌아오자 신하들이 거타지왕을 맞았다. 그제야 여자는 자신에게 여의주를 주겠다고 한 사람이 탁순국의 왕인줄 알고는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그러면서 왕인줄 모르고 무례를 범하였으니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자 거타지왕은

“무례라니 당치도 않다.”

하면서 너에게 여의주를 준다고 했으니

“자 여기 있다.”

하면서 거타지왕은 여의주를 여자에게 내밀었다. 여자는 두 손으로 공손히 여의주를 받았다. 여의주에서는 유난히 광채가 눈부시게 빛났다. 여의주를 손에 쥔 여자는 여의주를 들어다 보며 황홀한 듯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거타지왕은 여자를 궁궐에 머물게 하고는 이틀이 지나자 여자가 머물고 있는 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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