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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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3.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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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거타지왕은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고 묻자 술객은 이곳에서 육 십여 리 떨어진 곳에 소인이 봐 둔 길지(吉地)가 있으니 그곳을 궁터로 삼으면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들의 삶이 또한 풍요로울 것이라고 하자 거타지왕은 그 곳으로 궁터를 옮기면 여자로 인한 후환도 없어지느냐고 묻자 술객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거타지왕은 즉시 술객에게 말 한 필을 내어주고 하린과 함께 60여리 떨어진 길지라고 하는 곳을 가 보았다. 걸객은 거타지왕에게 산세를 가리키며

“이 산세는 혈형(穴形)이 오목(凹)하여 음양으로는 양혈(陽穴)에 속하고 그 형체는 닭의 둥우리나 제비집과 흡사하여 닭이나 제비가 알을 품을 수 있는 지형이고 이 주변에 높은 산이 많아 전쟁을 할 때에는 요새(要塞)의 역할도 능히 감당할 수 있사옵니다.”

하였다. 특히 고산혈(高山穴)은 오목(凹)한 곳에 있고 평지혈(平地穴)은 볼록히 솟은 곳에 진혈(眞穴)이 있는데 이 산에는 고산혈과 평지혈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궁터로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였다. 거타지왕은 산세를 보니 과연 명당인 듯 싶어 궁궐을 이곳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거타지왕은 술객을 옆에 두고 정사를 의논하는가 하면 병술(兵術)에 대해서도 자문을 받기도 하였다. 이 술객은 역술과 천문에 통달한 일지황(一之凰)이란 사람이었다.

거타지왕은 즉위한지 20년이 되는 경진년 가을, 기마군 3천과 보군 1천명을 거느리고 고차국(高嵯國 : 고성) 정벌에 나섰다. 기마군 3천을 상군, 중군, 하군으로 각각 1천씩 세 갈래로 나누고 그 기마군 사이에 보군 3백 명씩을 배치하였고 나머지 1백명은 화공전(火攻戰)에 대비하여 백호대를 조직하였다. 출정에 앞서 고차국(고성)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정찰임무를 맡은 백호군 군장인 오진(午眞)이 몇몇 수하들과 함께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와 거타지왕에게 고차국으로 들어가는 성문에는 두 사람의 수문장만 보일뿐 별다른 동태는 없다고 보고 하였다. 그러면서 말 먹이 풀과 군량미를 실은 것으로 보이는 우마차 다섯 대가 성문에서 나와 동북 변방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거타지왕은 지금 즉시 그 우마차 뒤를 쫒아 추격하여 말먹이 풀과 군량미를 탈취하여 우리 진영으로 압송토록 하라고 명령하자, 오진은 군예를 표하고 말을 급히 몰아 달려가자 수하 장졸들도 뒤를 따라 말을 달렸다. 급기야 거타지왕은 말 위에서 창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군사들에게 고차국(고성) 정벌을 명령했다.

“탁순국 군사들이여! 그대들은 탁순국의 충성스런 신하들이다! 이제 우리는 고차국을 무찌르는 장도에 올랐으니 사력을 다하여 이겨야 하느니라! 이긴자만이 살수 있다는 굳은 결의로 싸움에 임하여 주길 바라노라!”

하자 모든 탁순국(진해) 군사들은 일제히 창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에 창칼이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처럼 번쩍거리고 <卓淳國 巨他之王 大出征>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군기가 바람이 휘날리고 있었고, 그 군기 사이로 각 군영을 표시하는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의 깃발이 울긋불긋하게 하늘 높이 휘날리고 있었다. 선봉에서 거타지왕이 탄 말이 움직이자 모든 군사들도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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